최고위 갑론을박 후 “방탄국회 없다”로 정리
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진통 끝에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오늘 최고위에서 문재인 대표가 그동안 말한대로 방탄국회가 없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원내 지도부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포함한 의사일정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적 정서를 생각하면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가 당연한 수순이지만 당내에 동정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탓에 안건 처리냐, 자동 폐기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따라서 이날 최고위 결론은 탈당과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정계은퇴 지경으로 몰린 박 의원의 사정이 딱하긴 하지만 당이 부패 정치인을 감싸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된다는 ‘대의’를 거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 전까지 문재인 대표는 본회의 표결 불가피론을 주장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가 부정적인 입장을 비치는 바람에 당 차원의 단일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박 의원이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다 당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와 탈당까지 선언한 사정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원내대표의 생각이었다.
이런 탓에 이날 최고위에서는 본회의 표결이라는 정공법을 택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방탄국회를 하면 안된다는 의견과 본회의를 개최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엇갈려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당내 개혁성향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국회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정공법을 선택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대변인에게 물어보라”고만 답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당초 이 원내대표는 자전거 국토순례 참여를 이유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려 했지만 문 대표가 전날 밤 전화로 이 원내대표의 회의 참석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새정치연합이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박 의원 체포동의안은 13일 처리가 유력하다. 처리시한인 14일이 임시공휴일이어서 현실적으로 본회의 개최가 가능한 날은 13일 하루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새누리당과의 일정 합의가 일사천리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새정치연합이 그동안 국가정보원의 해킹사찰 의혹 관련 자료 제출 등을 국회 일정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연계했기 때문이다.
유 대변인은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그 부분까지 포함해서 협의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체포동의안 관련해선 방탄국회가 안된다는 것을 원칙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국회 표결을 참여하기로 했어도 여전히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외유 중이거나 지역구 활동을 이유로 불참할 의원들이 많아서 의결정족수를 채울지 장담할 수 없는데다, 정족수를 채우더라도 야당 내부는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박 의원 동정론이 적지 않아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표결 후 부결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여야가 공히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겠지만 아무래도 그동안 체포동의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새정치연합이 더 큰 표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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