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최측근’ 윤건영 등 출마자 ‘교통정리’…與 총선 라인업 보강‘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2.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총선 출마자 교체 등 내부 ‘교통정리’를 연초에 매듭짓고 조직 분위기를 일신, 경제분야를 필두로 집권 4년차 국정성과 달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조직개편을 보면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했던 핵심 국정과제에 정책 역량을 몰아주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편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청와대 핵심 참모의 총선 투입으로 여당의 전략이 한층 풍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반대로 국정 전반을 살펴야 하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연이은 총선행이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 윤건영 ‘총선 앞으로’…주형철 출마에 무게·고민정 거취 주목
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 실장이 청와대를 떠났다는 점이다. 윤 실장의 사표는 현재 수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실장은 4월 총선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윤 실장이 맡았던 기획·상황 업무의 경우 두 파트로 분리됐다.
오종식 연설기획비서관이 ‘기획비서관’으로 새로 임명되며 기획 업무를 전담하고, 국정상황실장으로는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이 맡게 됐다.
윤 실장의 경우 청와대에서 ‘대체불가’ 인력으로 분류돼 청와대를 떠나기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결국 출마 결정을 문 대통령이 수락하면서 해당 업무를 다른 비서관들이 분담하는 모양새가 됐다.
윤 실장 외에도 총선 출마가 점쳐지는 참모들이 있어, 조만간 추가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가적인 조직개편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는 인사나 조금의 조정(참모 교체) 등은 있을 수 있다. 이는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가 총선에 나가기 위한 공직 사퇴시한은 16일이지만, 참모들의 거취 정리만 마무리되면 이번 주 안이라도 추가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석급 중에서는 주형철 경제보좌관이 대전 동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고민정 대변인 역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꾸준히 출마 요구를 받는 가운데 아직 최종 결론은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출마할 경우 민주당 입장에서 ‘총선 라인업’이 더 풍부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청와대 참모들의 연이은 총선 출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 전반을 운영해야 하는 청와대의 인력 운용이 선거라는 정치 이벤트에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자칫 선거용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주 보좌관이 교체된다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보좌관이 10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청와대를 떠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 집권 4년차 ‘일하는 靑’…디지털·소부장·안전·신남방 핵심과제 ‘총력’
이번 조직개편에는 문 대통령이 집권 4년차의 국정운영 전략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번 개편에서 기존의 3실장·12수석·49비서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했으나 일부 비서관실을 폐지·신설 혹은 업무조정을 했다.
일례로 연설기획비서관을 기획비서관으로 재편하며 국정기조 수립·기획, 메시지 기획을 전담케 했다. 기획 전담 비서관을 둔다는 것은 임기후반 국정 아젠다 기획에 한층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제 분야에 무게를 실은 것도 특징이다.
우선 정책조정 기능을 이준협 일자리기획비서관이 맡게 되면서 명칭을 일자리기획·조정비서관으로 바꿨다. 각 분야 정책 조정 과정에서 일자리 문제가 고려될 여지가 넓어진 셈이다.
청와대 측은 “일자리 기획 비서관실의 경우 정책실장실 산하 선임으로 역할을 해 왔다”며 “그래서 총괄적으로 정책을 들여다봐야 하는 ‘정책조정’ 업무를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보좌관 산하에 있던 박진규 통상비서관의 직책을 신남방·신북방 비서관으로 재편한 것도 문재인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신남방·신북방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재·부품·장비 산업담당관을 새로 만들어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극복에 힘을 싣기로 했다.
또 디지털혁신 비서관을 신설해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로 한 점 등도 주목된다.
청와대 측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디지털정부로 업그레이드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교통·산재·자살·어린이 사고 등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생활안전 담당관’을 새로 두기로 했고,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담당관도 신설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민식이법’, ‘하준이법’ 등과 맞물려 어린이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런 조직개편이 동반되기는 했으나 이번 인사교체의 폭 자체는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신 4월 총선 이후에는 핵심 참모들을 포함한 대규모의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