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외교부-외무성 라인’ 살아 있나

남북 ‘외교부-외무성 라인’ 살아 있나

입력 2011-06-16 00:00
수정 2011-06-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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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신문 “외무성이 南담당”..外-外 ‘비핵화채널’ 주목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 공개 이후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실종된 국면이지만 ‘비핵화 채널’은 가동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남북 간 ‘외(외교통상부)-외(외무성) 라인’이다. 일반적 남북관계를 주무해온 ‘통(통일부)-통(통일전선부) 라인’과는 달리 북한이 북핵 외교당국 간 대화의 문을 닫아놓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선 외교가는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대변인 성명에서 “남한측과 더는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하고 동해 군(軍) 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 지구 통신연락소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더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 관련국들의 최대 관심사인 남북 비핵화 회담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두루뭉술하게 남북대화를 거부한다는 총론적 입장을 표명한데 그친 것이다.

이는 보기에 따라 미묘한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남북 비핵화 회담은 6자회담 관련국들이 동의하는 3단계 접근안(남북 비핵화 회담→북미대화→6자회담)의 첫단추로서 일반 남북대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표면상으로는 남북대화의 형식이지만 내용상으로는 6자회담 재개의 맥락 속에서 이뤄지는 북핵 협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특정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 남북대화는 거부하더라도 비핵화 회담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두려는 포석일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 남북대화’와 ‘비핵화 남북대화’의 분리 대응인 셈이다.

이는 6자회담 조기재개를 통해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북한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풀이가 나온다. 북미 양자대화와 6자회담이라는 다자대화의 틀을 활용해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이끌어내려는 북한으로서는 대화재개의 첫단계인 ‘남북 비핵화 회담’을 섣불리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현시점에서 한ㆍ미ㆍ일은 물론 중국, 러시아도 남북대화를 우선한다는 원칙론에 동의하는 기류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성이 크다. 한ㆍ미 양국은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기존 3단계 접근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맞물려 주목할 관전포인트는 북한 내부의 대남 정책방향과 그에 따른 대남 권력기구의 위상변화다.

현재 북측에서는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대남 정책의 전면에 나서면서 대남 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의 역할이 모호해진 듯한 분위기다.

특히 통전부가 나선 것으로 보이는 비밀접촉의 전모를 공개한 주체가 국방위라는 점에서 국방위와 통전부간 노선대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밀접촉에 참여한 간부들의 문책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방위와 함께 외무성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15일 익명의 ‘교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2011년부터 조선노동당 공작기관인 통일전선부 대신 외무성이 한국과 일본을 담당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북ㆍ중 정상회담 당시 배석자 명단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빠지고 강석주 외교담당 부총리와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핵 외교라인이 들어간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남북이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이후 북한이 외무성을 통해 남북 비핵화 회담에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우리 정부가 기존 남북대화의 대전제로 삼아온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사과문제를 비핵화 논의와 분리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꾀한다면 3단계 접근안은 강한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6일 “3단계 접근안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반응을 보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희망적 가설에 근거한 것으로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남측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북한으로서는 5자간 협의의 틀을 흔들면서 ‘전제조건’이 까다로운 남북대화를 우회해 북미대화로 직행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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