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시’전략이 ‘중국 포위’로 비친 것은 실책”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4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과의 진정한 협력관계를 통해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야심 차게 천명한 새로운 외교ㆍ안보전략인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이 불필요하게 ‘중국 포위’ 전략으로 비치게 된 것은 미국의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를 역임하고 현재는 덴버 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학장으로 재임 중인 힐 전 차관보는 이날 젊은 코리아 아메리칸 리더들의 모임인 ‘세종소사이어티’가 워싱턴DC 소재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개최한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현재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이 하는 역할에 대해 “솔직히 실망스럽다”고 강조한 뒤 “미국은 중국과 제로섬 게임이 적용되지 않도록 진정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힐 전 차관보는 과거 미국이 중국의 성장과정에서 큰 도움을 줬으면서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마저 관철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에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할 수 없음을 진정으로 설득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능력이 제고되고 결국에는 핵보유국임을 선언하도록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지난 2005년 합의한 북핵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협정 체결,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이 나열돼 있다.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상호 단계적인 이행(시퀀싱)을 하기로 했다”면서 “이런 것을 다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오바마 행정부에 주문했다.
미 국무부 동아태 선임보좌관을 지낸 필립 윤 플라우셰어스 재단 사무총장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북한을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협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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