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과잉노출 부담… ‘유감’ 표명후 ‘당당대처’ 일환안보 컨트롤타워 통해 부처간 ‘혼선 줄이기’ 필요
청와대는 15일 우리 정부의 대북 ‘대화제의’를 놓고 남북간에 오간 최근 핑퐁식 공방에 대해 온종일 침묵을 지켰다.통일부가 이날 북한의 대화제의 거부에 거듭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북한 측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며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청와대는 이렇다할 움직임이나 입장 발표가 없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지만 대북관련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가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에 대한 전날 북한측의 격렬한 비난에 맞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실어 강한 유감을 표명한 뒤 이처럼 곧바로 침묵 모드로 접어든데는 적어도 두가지 배경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협 등 한반도 안보위기 해소를 겨냥한 대북 대화제의는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공은 이제 북한으로 넘어갔음을 부각해 극단적인 도발을 막고 시간을 벌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북한이 대화제의를 거부한 배경이 미사일은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다는 위협 기조를 유지하면서 우리 정부의 추가적 양보와 ‘남남갈등’을 부채질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판단에서다.
즉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런 ‘길들이기식’ 공세에 끌려다니지 않고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현 국면을 대처하겠다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면서도 대화와 억지를 양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박 대통령의 대북 기조가 자칫 상처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화의 장은 열려있음을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통해 지속적으로 북측에 상기시킨다는 게 청와대의 기본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단에는 이달중 진행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북한 인민군 창건일 등의 한반도 정치 캘린더를 고려할 때 남북관계 개선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있다.
둘째, 우리 정부가 3차 북핵실험 이후 대체로 안보위기를 무난히 관리해오다가 지난주 이후 대북 메시지 관리에 혼선이 빚어졌으며 이 와중에 청와대가 일정부분 부담을 떠안았다는 판단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통일부간 ‘원보이스’, 즉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대통령의 의중이 과잉 표출되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는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일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 “지금 상황은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해결될 국면이 아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스스로 대화의 입지를 좁힌 것은 일부 여당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류 장관은 지난 11일에도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놓고도 ‘공식적인 대화제의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물러섰다가 청와대가 이를 뒤집는 혼선을 연출함으로써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긴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14일에도 북한의 대화제의 거부에 대한 “참으로 유감”이라는 정부의 입장에 자신의 의중을 얹음으로써 대북 대화제의를 둘러싼 복잡한 공방의 중심에 섰다.
결국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담당부처를 통한 ‘원보이스 원칙’을 고수하기 보다는 안보 컨트롤타워가 중심이 돼 메시지를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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