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서 자율적 판단” 입장 北, 대화 실종 책임 전가 가능성
북한이 ‘도발원점 초토화’를 언급하며 ‘대북전단(삐라) 살포’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대북인권단체가 21일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 이날 북한의 군사적 행동은 실제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북전단을 빌미로 한 북의 도발 수위 경고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진보단체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
21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 통일휴게소에서 한국진보연대 등 고양·파주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이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쯤 경기 파주 탄현면 통일동산 주차장에 모여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 20만장을 풍선 10개에 매달아 띄웠다. 전단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과 북한의 경제적 빈곤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북전단 살포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몫”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통일부는 이날 전단 살포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버스 4대를 동원하는 등 현장에 투입됐지만 전단 살포를 막지는 않았다.
이날 전단살포는 북한의 위협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받았다. 남북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은 전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남북 사이에 신뢰를 조성하자는 청와대의 공언이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삐라 살포를 무조건 중단하는 실천적인 용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북남관계 개선의 출로는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전단 살포에 대해 “우리 군대는 이미 삐라 살포 행위를 전쟁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도발원점과 지원·지휘세력을 즉시에 초토화해 버리겠다고 천명했다”고 밝혔다.
2012년 10월 북한군 서부전선사령부가 “전단 살포 지점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북한은 과거에도 우리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에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적은 있었지만, 실제 도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향후 남북대화 실종에 따른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북한이 고위급 접촉 성사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전단 살포’ 중단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북대화 경색의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4-09-22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