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좌표 수정 기회 세 차례 놓쳐… 안이함이 부른 ‘전투기 오폭’

공군, 좌표 수정 기회 세 차례 놓쳐… 안이함이 부른 ‘전투기 오폭’

류재민 기자
입력 2025-03-10 23:59
수정 2025-03-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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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폭 사고’ 중간조사 결과 발표

조종사, 좌표 5를 0으로 잘못 입력
이륙 직전 점검서도 오류 못 찾고
훈련 때와 다른 지형 알고도 강행
“시스템에 의존·대형 유지만 집중”
현장서 파편 찾느라 보고도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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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왼쪽)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공군 KF-16 전투기 좌표 입력 실수로 31명이 다친 이번 사고에 대해 조사 및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영수(왼쪽)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실에서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공군 KF-16 전투기 좌표 입력 실수로 31명이 다친 이번 사고에 대해 조사 및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6일 경기 포천시에서 발생한 전투기 오폭 사고는 조종사 실수와 지휘관의 관리 소홀이 겹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막을 기회가 최소 세 차례 있었음에도 전례 없는 사고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군 기강 해이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공군은 10일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가 사고 원인이라고 재확인했다. KF-16 조종사 2명은 훈련 전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불러 주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숫자를 입력하는 과정에 위도 좌표 ‘XX 05.XXX’가 ‘XX 00.XXX’로 기입됐다.

당일에도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오류는 그대로 남았다. 2번기는 장비 오류로 수동으로 좌표를 정확히 입력했지만 1번기는 그대로였다. 이륙 전 최종 점검 단계에서 재확인했으나 이때도 1번기 조종사는 오입력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비행 중 1번기 조종사는 표적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다르다는 것을 감지하고도 데이터를 믿고 임무를 강행해 결국 사고가 났다. 공군 관계자는 “날씨가 나쁘지 않아 표적 확인이 가능했는데 조종사가 시스템에만 의존해 눈으로 최종 확인하는 절차를 못 지켰다”고 설명했다. 2번기는 1번기와 밀집 대형을 유지하는 데 신경 쓰면서 같이 잘못 투하했다.

공군은 지휘관들의 지휘·감독이 미흡했던 점도 확인했다. 사격편조의 문제점 파악, 표적브리핑 확인 절차 등을 감독하는 과정이 미흡했고 특히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조종사의 보고와 검토를 시행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

사고 당일 보고체계도 부실했다. 공군은 아군 전투기가 민가에 폭탄을 투하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자신들의 폭탄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파편을 찾느라 언론 발표를 약 100분간 미뤘다. 상황 파악·상황 보고 지연 등 미흡한 대응이 빚은 결과였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전투력 창출에 모든 역할을 집중할 것이고 부족하다면 언제든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지역 주민 이주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백 시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훈련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신속한 피해 복구, 실질적 피해 보상, 피해지역 내 이주 희망 주민을 위한 이주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또 유휴 군사시설을 활용한 지역 상생발전 방안과 현재 세 곳으로 분산된 사격장의 통폐합, 지역 이미지 회복을 위한 ‘기회발전특구·평화경제특구 지정’, GTX-G노선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반영 등을 요구했다.
2025-03-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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