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도착 3시간 만에… 김정은, 특사단과 파격 만찬

평양 도착 3시간 만에… 김정은, 특사단과 파격 만찬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18-03-05 22:30
수정 2018-03-0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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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젊은 지도자 김정은 스타일

최고지도자 동선 밀봉 관례 깨
외국특사단 첫날 만찬 드물어
“그만큼 북·미대화 급하다는 뜻”


김정은(얼굴)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일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과 첫날 면담 및 만찬을 가진 것은 외교 관례상 파격에 해당한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외국 외교사절이 방문한 첫날 최고지도자가 만찬을 주최하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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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순안공항 귀빈실서 영접받는 특사단
평양 순안공항 귀빈실서 영접받는 특사단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북한 평양 순안공항 귀빈실에서 리선권(왼쪽 첫 번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맹경일(두 번째)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청와대 제공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북한 특사단을 일정 마지막 날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마저도 면담 여부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확답을 주지 않아 특사단이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기 일쑤였다. 2007년 8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조율하고자 방북했을 때는 1박2일 일정으로 가서 첫날 김양건 당 비서를 만나고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은 둘째 날 이뤄졌다. 앞서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6·15 정상회담 5주년 기념행사에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했을 때에도 3박4일 일정 중 마지막 날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캐리커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캐리커쳐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지 불과 3시간 만에 만났다. 게다가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은 방북 전부터 남북 간 협의가 됐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일정을 막판까지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지극히 이례적이다. 불필요한 신경전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및 북·미 대화에 대한 적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등의 대북 경제 제재에도 북한 체제와 리더십에 흔들림이 없음을 강조하고, 자신을 처음 만난 남측 고위 당국자들을 향한 자신감의 표출로도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 김정일 시대를 보면 남측 특사단이나 외국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한 첫날 최고지도자와 만찬을 가진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이번 특사단을 북한이 특별히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화끈하고 적극적인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볼 수 있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젊은 김정은의 스타일인 것 같다”면서 “첫날 만찬은 환영의 의미도 있지만 남측 특사단에 관심과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8-03-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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