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김 여사 주재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배우자 오찬 행사는 공연부터 식사 메뉴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했다고 한다.
특히 문화·예술기획가인 김 여사가 한국 전통문화를 아프리카 정상들의 영부인들에게 선보이고자 지난 수개월간 이 행사 전반을 챙겼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봄이 늘 계속되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상춘재는 한국 꽃과 아프리카 꽃을 함께 꽂은 백자 화병으로 장식됐다.
오찬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사전 공연으로 동·서양 현악기가 함께 어우러진 첼로·가야금 퓨전 국악 연주가 진행됐다.
정상회의 참가국 중 11개국이 대서양이나 인도양을 접했다는 점에 착안해 작곡된 ‘바다소리’, 역동적인 세계 속 서울을 표현하는 ‘한양’ 등 우리 국악 가락이 울려 퍼지며 아프리카 정상 배우자들을 맞이했다.
오찬 후 녹지원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판소리 협연이 본공연으로 펼쳐졌다.
국가 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민혜성 명창과 카메룬 태생 프랑스인이자 민 명창의 제자인 마포 로르가 협연했다.
이들은 춘향가 중 사랑가, 진도아리랑 등 한국 판소리 대표 대목을 공연하며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전달했다고 대통령실은 소개했다. 일부 대목은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불렸다.
이어 사고로 팔을 잃었으나 의수를 차고 작품 활동을 하는 석창우 화백이 수묵 공연을 선보였다. 석 화백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여러 색을 이용해서 여러 사람이 자전거를 함께 타는 모습을 크로키로 표현하고, ‘한-아프리카 함께 하는 미래를 그리다’라는 낙관도 썼다.
대통령실은 종교를 중시하는 일부 국가 배우자들을 위해 상춘재 정면 출입문을 개방해 별도의 기도실도 마련했다.
공연이 녹지원 야외에서 진행되는 만큼 한국 전통문화재와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본떠 만든 부채와 손수건도 준비해 아프리카 정상 배우자들에게 제공했다.
차담과 오찬 역시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이 조화된 메뉴들이 나왔다. 특히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된 식품)과 채식, 락토프리(유당이 안 들어간 제품) 등 개인적 취향과 선호도를 반영한 음식들이 준비됐다.
김 여사는 배우자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경복궁에서 시에라리온 대통령 영부인 파티마 마다 비오 여사와 차담을 나눴다. 이번 차담은 시에라리온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비오 여사는 시에라리온 여성 성폭력과 조혼 문제를 언급하고 “여성에게 안전한 안식처가 될 공립 병원을 건립 중이다. 7월 2일 개원식에 여타 국가 영부인을 초청해 캠페인도 추진한다”며 김 여사가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여사는 “여성 성폭력, 조혼, 인신매매 등의 심각성에 깊게 공감하며 직접 제안해 주셨는 제가 도움이 드릴 방안이 있을지 적극 검토하겠다”며 “양국이 계속 교류·협력하며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차담 후 경회루 주변을 산책하고 김 여사가 비오 여사를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