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마을 2년새 암환자 급증 왜?

태안 기름유출 마을 2년새 암환자 급증 왜?

입력 2010-03-18 00:00
수정 2010-03-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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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태안의 일부 지역에서 사고 이후 암환자가 크게 늘어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사고 당시 장기간 방제작업을 하면서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이 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는 쉽게 가리기 어렵지만 주민들은 암 환자 대부분이 고압세척기를 이용한 방제작업에 참여했다며 기름사고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태안군 보건의료원과 소원면 파도리 주민들에 따르면 기름유출 사고 이후 현재까지 이 마을에서 발생한 암환자는 모두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30여 가구에 63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서 10명이 넘는 암환자가 발생한 것은 암 발병의 구체적인 원인과 관계없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최장렬(39) 파도리 어촌계장은 “기름유출 사고 이전에는 60~70대 고령자중 해마다 2~3명 가량이 암에 걸리는 정도였는데 사고 이후 크게 늘었다”면서 “40~50대 젊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암환자가 나오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며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최씨는 “암환자 대부분이 사고 당시 고압세척기를 사용해 방제작업을 벌였던 주민들로 당시 방제용 마스크가 없어 헝겊으로 된 일반 마스크에 손수건 한장을 덧대고 종일 작업을 하다보면 마스크가 새까매졌다”면서 “고압세척기에 날리는 기름 입자들을 그대로 마시면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 속이 메스껍고 따가운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인근 의항리나 만리포와 달리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마을의 특성상 사고 이후 한동안 역한 기름냄새가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그는 “암환자가 크게 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안군 보건의료원은 이와 관련,19일부터 이 마을에 조사팀을 보내 환자들을 상대로 증상과 사고 당시 작업내용 등을 파악하는 등 역학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보건의료원 관계자는 “과거 통계수치가 없어 이 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사고 이후 크게 높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동네에 비해 암환자가 많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암환자 모두가 기름사고에 따른 유해물질 노출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과장이겠지만 주민들이 사고 이후 건강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등 그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해물질 노출 이후 알레르기와 천식 등은 금방 증상이 나타나지만 암은 유전자 변형으로 종양이 생기고 이 종양이 악성으로 발전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통계상 최소 5년 이상 지나야 연관성을 알 수 있다”면서 “장기간의 관찰과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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