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요양원 생존자 “그 할매들 다 죽었다고?”

포항 요양원 생존자 “그 할매들 다 죽었다고?”

입력 2010-11-12 00:00
수정 2010-11-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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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매들이 다 죽었다고? 아이고,어쩌노….”

 12일 새벽 포항인덕요양원에서 난 불로 1층에서 혼자 살아남은 김송이(88) 할머니는 한 방에 있던 다른 할머니들이 모두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화재 당시 1층에는 김 할머니 외에 10명이 더 있었지만 이 할머니들은 모두 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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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화재가 발생한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1층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김송이 할머니가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화재가 발생한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1층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김송이 할머니가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김 할머니가 있던 방에는 김 할머니를 포함해 침대에 4명,바닥에 3명이 자고 있었다고 할머니는 전했다.또 그중엔 말을 못하는 할머니도 2명이 있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가 이날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새벽이 밝아오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잠이 안 와 침대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으로) 깜깜해지고 목이 따가웠다.침대 옆의 창문을 열고 일하는 아줌마를 불렀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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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새벽 불이 나 노인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요양원 내부가 잿더미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12일 새벽 불이 나 노인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요양원 내부가 잿더미로 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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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김 할머니의 부름에 달려온 아주머니가 ‘불이야’라고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 할머니는 이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서 내려왔고 하반신을 쓰지 못해 거의 끌려나가다시피 바깥까지 나갈 수 있었다.

 아주머니가 김 할머니를 주차된 차 앞에 기대어 앉혀 놓고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 밖에서 바라본 요양원 건물에 불길이 보였다고 김 할머니는 말했다.

 이후 김 할머니는 2명의 남자에 의해 인근 아파트 경비실에 옮겨졌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현재 큰 부상은 없는 상태다.

 자신 이외에 1층의 다른 할머니들이 모두 숨졌단 소식에 김 할머니는 “그래? 아이고,딱해서 어쩌노.”라며 목이 매였다.

 특히 바닥에서 잠자다 숨진 한 할머니는 김 할머니와 몹시 친했던 사이였기에 김 할머니의 슬픔은 더했다.

 병원으로 달려온 김 할머니의 아들 오용걸(52)씨는 “어머니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며 “다른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셔서 안 됐다.그 중엔 가족들이 찾아오지 않는 할머니들도 있어 마음이 더 그렇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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