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도내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화천군에서 연간 100만명의 행락객들이 찾아오는 겨울축제인 산천어축제를 강행하는 것을 둘러싸고 방역당국과 화천군이 서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29일 강원도에 따르면 최근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올해 연말까지 계획했던 축제는 모두 취소하고 내년에 열 예정인 축제는 추세를 보면서 추진하도록 일선 시.군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동해안 7개 시.군이 개최할 예정이던 해돋이 행사를 전면 취소하도록 하고 인제 내린천 겨울축제 등은 무기한 연기하도록 지시했다.
도내 최대 겨울축제인 산천어축제장의 경우 자제를 당부했으나 화천군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인접 시군인 철원군과 춘천시,양구군으로부터 들어오는 곳에 1차 초소를 설치하고 행사장 주변 2차 관문의 길목을 차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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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29일 오전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산천어축제 관계자들이 축제를 개최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산천어축제는 내달 8일 개막된다. 화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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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29일 오전 강원 화천군 화천천에서 산천어축제 관계자들이 축제를 개최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산천어축제는 내달 8일 개막된다. 화천=연합뉴스
도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요즘에는 아무리 친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악수조차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가급적 개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화천군의 의지가 워낙 강해 산천어축제는 구제역 발생 추이를 봐가면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수산부도 최근 전국에서 구제역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시.도와 축산관련 단체 등에게 모임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구제역이 종식되기 전까지 축산농가 모임을 자제해줄 것을 공문으로 하달했다”면서 “축제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딱히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각 시.도의 경우 위반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보상금 삭감 등의 제재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화천군은 최근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 등으로 최근 군인들의 외출.외박이 전면 금지되면서 숙박업 등 지역경제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특별한 지원대책이 없는 한 축제 개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앙 정부나 강원도로부터 축제를 개최하지 말라는 지시가 없었는데다 스키장 등 더 많은 행락객들이 모이는 민간 영역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화천군은 축제를 개최하면서 구제역이 확산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낚시터 출입구에 방역반을 설치하고 개인 소독장비를 갖추는 등 축제로 인해 구제역이 확산될까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화천군 관계자는 “신종플루에 이어 천안함 사태,연평도 도발 등으로 군인들이 외출.외박을 나오지 못해 3차 산업이 전멸하다시피했지만 주민들은 산천어축제 하나만 보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면서 “축제까지 개최하지 못할 경우 주민들의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에서는 축제 개최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이지만 축제를 개최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하는 입장도 아니다”며 “축제 개최시 구제역이 확대되면 몰매를 맞을 수도 있지만 축제를 개최하지 못하면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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