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의직장 외부평가’ 사실상 백지화

한은 ‘신의직장 외부평가’ 사실상 백지화

입력 2011-01-27 00:00
수정 2011-01-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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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임직원의 급여·복지 수준과 업무 공정성을 점검하겠다는 명목으로 추진한 외부평가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조희근 한은 감사기획팀장은 27일 “‘공정사회 관련 외부 전문가 컨설팅’을 지난 21일까지 공모했으나 적격자가 없다고 결론냈다”며 “업무 추진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 컨설팅은 ▲채용, 계약, 인.허가, 외부대상자 선정 ▲급여 및 복리후생 ▲예산수립 및 집행 등과 관련해 공정성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추진됐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은이 처음으로 민간의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주목됐으나 한은 노조는 이에 반발해 최근 규탄집회를 열기도 했다.

조 팀장은 “상황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완전히 무산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며 “이를 다시 추진할지 등을 놓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 반발이나 여론을 의식해 일부러 적격자를 가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은 내부에서는 이번 외부용역 추진이 결국 흐지부지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더 많다. 부총재 이하 집행간부들에게는 용역 추진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마뜩잖아 하는 기류도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종 한은 감사실장은 ‘용역을 다시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용역이 다분히 공정사회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정부 정책에 대한 ‘코드 맞추기’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원이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 감사실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번 외부 평가 추진 배경은 ‘당행(한은)도 주요 업무분야에 대해 공정의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총액한도대출이나 공개시장조작 등 매우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까지 이를 잘 모르는 외부 민간인이 공정의 잣대로 재겠다는 게 과연 효과적이고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은 노조는 김중수 총재와 감사실을 겨냥해 이날부터 본관에서 출근시간대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배경태 노조위원장은 “한은의 독립성이 의심스러운 가운데 외부 평가 추진 등으로 직원들의 자존심이 많이 다쳤다”며 “감사실이 할 일을 외부에 맡긴 직무유기 행위인 만큼 상식에 어긋난 이번 용역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스로 떳떳하면 외부 평가를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조 팀장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한은법 제5조에 따라 추진한 것”이라며 “외부 시각에서 내부를 들여다보자는 취지였지, 정부의 코드에 맞추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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