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취한 앵벌이…수치심 없애려 ‘환각 구걸’

마약 취한 앵벌이…수치심 없애려 ‘환각 구걸’

입력 2011-03-04 00:00
업데이트 2011-03-04 00: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양심 판 의·약사들…마구잡이 처방 68명 입건

지하철 등에서 구걸행위를 할 때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 마약류를 상습 복용한 ‘앵벌이’와 이를 알고도 마약류를 무차별 처방한 의사·약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009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8월 25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 일대의 병원과 약국을 돌며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3만여정을 처방받아 상습적으로 복용한 이모(33)씨를 마약류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3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씨에게 과도하게 많은 약을 처방하거나 다른 병원에서 똑같은 처방전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투약 처방·조제를 한 김모(42)씨 등 의사 55명과 약사 13명 등 6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3만정은 한명이 무려 41년간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씨는 환각 증세가 떨어질 때마다 처방받은 졸피뎀을 종합감기약과 함께 5∼6차례 복용하는 방법으로 하루 70∼120정을 복용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졸피뎀은 하루 최대 2정까지만 복용하도록 엄격하게 관리되는 약품이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의사는 한꺼번에 600정을 처방하면서 “이건 치사량이다. 원장이 알면 질책을 들을 수 있으니 일반(비급여)으로 가져가라.”고 권유했고, 다른 의사는 이씨 친누나 명의로 다량을 처방해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사들은 이씨가 졸피뎀에 중독돼 하루에 같은 처방전을 수차례 중복해 받아오는 것을 알면서도 조제해 줘 투약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에 적발된 의사와 약사 대부분은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1-03-04 8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