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사진 지켜보며 최고급 식사 한끼

시신 사진 지켜보며 최고급 식사 한끼

입력 2011-03-05 00:00
수정 2011-03-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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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국 ‘셜록 홈스’ 미제 해결 위해 머리 맞대

매달 셋째주 목요일, 미국 필라델피아 사우스브로드가 140 유니온리그 건물에는 ‘엽기적인 오찬’이 마련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샹들리에, 여기에 걸맞은 훌륭한 음식들이 제공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소화불량에 걸리기 십상이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피투성이가 된 시신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유일무이한 이 모임은 미해결 사건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1990년 만들어진 ‘비도크 소사이어티’다. 지난달 모임에는 미국을 비롯 전 세계 12개국 범죄 전문가들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숨진 한 여성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여성은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난 뒤 자신의 차량에서 발견됐다. 사인은 가슴의 총상으로 추정되지만, 뒤늦게 발견된 시신이라고 보기에는 냄새가 심각하지도 않았으며 파리조차 꼬이지 않았다.

담당 형사와의 질의 응답이 오갔고 한 수사관은 “뼈에 증거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시신을 다시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사망 보험금을 받게 될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논의를 이어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에드 피킹턴은 3일(현지시간) 기사에서 “나와는 달리, 회원들은 멋진 음식들과 살인사건이라는 기묘한 조합에 익숙한 듯 보였다.”면서 “마치 셜록 홈스, 제시카 플레처 등이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모임은 세계 최초의 사립 탐정이자 수많은 추리 소설의 모티브가 된 프랑수아 비도크의 이름을 땄다. 1857년 82세로 생을 마감한 비도크를 기리기 위해 회원 수를 82명으로 제한했으나, 실제 회의 참석자는 그 이상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1-03-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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