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파문] 자본금 100억 회사가 90억 투자 왜?

[저축은행 로비 파문] 자본금 100억 회사가 90억 투자 왜?

입력 2011-06-02 00:00
수정 2011-06-02 00:5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시아신탁, 부산저축銀 유상증자 참여 ‘미스터리’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한때 몸담았던 아시아신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를 한 이유도 궁금해진다. 자본금 100억원인 회사가 부산저축은행에 90억원이나 투자한 점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미지 확대
아시아신탁이 입주한 빌딩
아시아신탁이 입주한 빌딩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등기이사로 재직했던 아시아신탁이 입주해 있는 서울 대치동 소재 코스모타워 전경. 김 전 원장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손형준기자 lark3@seoul.co.kr
아시아신탁의 경영진은 화려하다는 게 이 회사 강성범(금감원 국장 출신) 감사의 평가다. 김 전 원장과 함께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회 전 수출입은행장은 아직도 회사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김종신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기업은행 등 시중 은행 간부 2명이 이사직을 맡고 있다.

아시아신탁은 2006년 10월 원방테크가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한 원방알앤아이가 전신이고, 이듬해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받고 유상증자를 거쳐 아시아신탁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때 김 전 원장은 부인 명의로 주당 1만원씩 4억원(지분 4%)을 투자해 4만주를 취득했다. 김 전 원장의 투자는 이영회 대표의 권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이 2001~2004년 행장을 맡았던 기업은행도 9억 9000만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보유했다. 김 전 원장은 2008년 3월 26일 금감원장에 취임하자마자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등기이사직을 내놓았고 주식 4만주도 처분했다. 현재 아시아신탁의 소유주는 모 일간지 편집국장 출신 C씨다. C씨는 본인과 배우자, 자식 명의로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이영회 대표는 1일 전화 인터뷰에서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 “김 전 원장에게 자문을 받아 부산저축은행 사정을 알았다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이 투자를 한다니까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성범 감사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 투자 요청을 해 왔고, 우리도 모기업이 없다 보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하는 거래처를 잡아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요청받은 투자금액 90억원의 절반도 많다고 부산저축은행에 얘기했다.”고 전했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이 1년 내에 최소 50% 이상, 가능하면 100% 지분을 되사 주겠다고 약속해 투자했으며, 46억원은 회수했으나 44억원가량은 결국 손실처리됐다는 것이다. 강 감사는 “결국 우리도 사기를 당한 셈”이라면서 김 전 원장과의 관련 설에 대해서는 “배나무 밑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1-06-02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