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 개악” 수뇌부에 반기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에 참여했던 일부 간부가 ‘합의안에 대한 수뇌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고, 이는 개악’이라며 전출을 요구하는 등 경찰 내부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협상팀장인 총경급 간부 역시 합의안이 나온 직후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 의도적인 ‘태업’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협상 실무팀 황모(경정) 계장 등 2명은 검경 합의안이 나온 다음 날인 21일 지휘라인에 전출을 공식 요청했다. 전출 요청을 한 경정급 간부는 경찰 내부망 자유게시판에 올린 ‘6·20 합의의 과정, 그리고 나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협상팀으로서 경찰청과 다른 의사 표시를 할 수 없어 그동안 침묵을 지켜 왔지만, 이번 합의안에 대한 수뇌부의 입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이는 개악”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청이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조직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황 계장이 공식적으로 전출 요청서를 낸 것은 아니지만 회의 때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해당 팀의 A(총경) 팀장도 검경 합의안이 나온 다음 날 병가를 냈다. 경찰청 측은 “A 팀장이 누적된 피로와 전날 음주 등에 따라 몸이 아파 하루 쉰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휴가나 인사 요청 등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경찰 수뇌부와 검찰에 항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현오 청장은 “일선 경찰이 합의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설명회 등을 통해 합의안의 의미를 알릴 것”이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1-06-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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