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시위문화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경찰이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둘러싸고 시민 통행을 막은 조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30일 나오자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단”이라며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그간 경찰이 집회ㆍ시위에 지나치게 통제나 봉쇄 위주로 접근해 온 것은 우리 헌법 정신에 반하는 조치였다”면서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찰도 지금과 같은 과잉 봉쇄 위주의 집회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애초 시민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인 광장을 버스로 둘러치는 것 자체가 포괄적인 시민권 제한”이라며 “집회의 자유 뿐 아니라 시민 보행까지 제한하는 지나친 통제”라고 지적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은 헌재 결정에 대해 “집회ㆍ결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이라며 “이같은 자유를 공권력이 사전에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정신을 헌재가 다시 확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무총장은 “불법 집회가 우려된다면 사전에 주최 측으로부터 각서를 받을 수도 있고 집회 신고 과정에서 불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단순히 가능성만 갖고 사전에 통제하는 것은 집회ㆍ시위에 관한 법률과 헌법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정호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헌재 결정을 ‘당연한 판단’으로 평가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현 정부 들어 경찰이 마치 허가 사항인 양 억압해 온 행태를 바로잡을 중요한 계기”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경찰이 합리적으로 질서를 유지할 다른 방안을 찾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만 본질적으로 집회를 여는 쪽이 합법 테두리 안에서 장소와 방식을 찾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과거 열린 시위가 불법 시위로 변질한 사례 등이 경찰로 하여금 이같은 방식을 택하게 한 측면이 있다”며 “집시법에도 주최자의 질서 유지 의무 등이 있는 만큼 시위 문화도 성숙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당시 경찰이 전경버스로 서울광장 통행을 막아 거주ㆍ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참여연대 간사 9명이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서 “경찰의 조치가 불법ㆍ폭력집회를 막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 결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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