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첫날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첫날

입력 2011-08-23 00:00
수정 2011-08-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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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 현실로… 영등포역 하루만에 50여명 늘어

22일 새벽 서울역 안에서 강제로 쫓겨난 노숙인들은 영등포역·용산역 등 다른 기차역과 지하철역, 도심 공원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쉼터나 보호소에 들어가기보다는 근거지만 옮긴 이른바 ‘풍선효과’가 현실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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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잘 곳을 달라”   22일 밤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열린 문화제에서 한 노숙인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에게 잘 곳을 달라”

22일 밤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열린 문화제에서 한 노숙인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새벽 1시 30분 서울역 안에서 잠자던 노숙인들을 내보내자 상당수는 을지로입구역, 종로 종묘공원 등에 새 잠자리를 마련했다. 영등포역에는 50여명이 이동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숙인 최모(68)씨는 “서울역 앞 지하도는 이미 강제 퇴거당한 노숙인들로 꽉 찼다.”면서 “거기엔 병에 걸린 노숙인도 많아 다른 곳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을 떠난 김모(50)씨는 “텃새가 심하지 않고 무료 배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다. 노숙인 자활운동을 펴는 ‘해보자 모임’의 박철수 팀장은 “종묘공원엔 노인들 무료 급식에 서울역 노숙인들이 편승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기차역 등에서는 이미 터를 잡은 노숙인들과 서울역에서 내몰린 노숙인들 간의 자리 다툼 등 크고 작은 마찰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홈리스행동 등 20여곳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역 광장과 대전역 서광장에서 노숙인 강제퇴거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노숙인들은 청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인권보호를 위해 퇴거 조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서울역광장에서는 오후 5시부터 ‘노숙인과 함께하는 1박2일’ 행사가 이튿날 첫 지하철이 다닌 오전 5시까지 밤새 이어졌다. 인디밴드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야마가타 트위스터’의 공연에 이어 노숙인들을 바위를 치는 계란에 빗댄 ‘계란들의 대화’라는 토크쇼도 열렸다.

이영준·신진호기자 apple@seoul.co.kr

2011-08-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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