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그림로비’ 무죄

한상률 ‘그림로비’ 무죄

입력 2011-09-17 00:00
수정 2011-09-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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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학동마을, 승진 뇌물로 보기엔 증거 불충분하다”

법원이 16일 뇌물 공여 및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지난 4월 한 전 청장을 기소했지만 인사 청탁 의도에 대한 진술과 물증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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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연합뉴스
한상률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원범)는 이날 “한 전 청장의 진술에 모순되는 점이 있고, 일부 유죄의 의심은 가지만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그림을 뇌물로 전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檢 “납득 못 해… 항소할 것”

재판부는 한 전 청장이 자신의 인사청탁 명목으로 2007년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오른쪽 사진)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상납한 혐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 전 청장의 동기이자 경쟁자인 김모 중부지방국세청장의 사퇴를 뇌물 공여의 주요한 동기로 들고 있는 공소 사실은 시기나 상황 등에 비춰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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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림 대금 5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았지만 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면서 “한 전 청장의 부인 김모씨와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모씨가 수년간 사교적 의례로 선물을 주고받은 점으로 볼 때 김씨가 자신만의 판단으로 학동마을을 선물로 줬을 의심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와 이씨 사이에 그림이 오갔던 당시에는 주요 차기 국세청장 후보들이 모두 사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전 청장으로서는 굳이 그림까지 선물하면서 인사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두 사람은 수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러 차례 선물을 주고받은 사이여서 ‘품격 있는 보답’을 하겠다는 의도로 그림을 선물하려 한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한 전 청장이 대변인실 근무자를 시켜 그림을 사오게 한 것도 뇌물을 주고받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이유라고 재판부는 제시했다.

주정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자문료 6900만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 계약을 체결한 구모 소비세과장과의 공모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죄로 보지 않았다.

●한 前청장 “여전히 부끄럽다”

한 전 청장은 선고가 끝나자 법정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 여전히 부끄럽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1-09-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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