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감염’ iCJD 국내사망 첫 확인] 23년 잠복후 5개월만에 급속 악화… 추가감염 배제못해

[‘수술감염’ iCJD 국내사망 첫 확인] 23년 잠복후 5개월만에 급속 악화… 추가감염 배제못해

입력 2011-11-30 00:00
수정 2011-11-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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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감염’ iCJD 국내사망 첫 확인 파장

지난해 사망한 54세 여성에게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이 발병한 것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감염된 사람의 뇌경막 조직을 이식했기 때문이라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히고 있다. 뇌경막은 뇌조직 등 중추신경계를 감싸고 있는 3개의 뇌막 중 가장 바깥에 있는 뇌막이다. 이 여성은 1987년 암의 일종인 뇌수막종 제거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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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관찰한 iCJD 환자의 뇌조직. A)뇌 신경세포가 손상돼 스펀지처럼 구멍이 난 모습, B)인근 신경세포의 파괴로 신경조직을 이어주는 신경교 세포가 별 모양으로 늘어난 모습, C)신경세포 주위에 iCJD 원인물질인 프리온 단백질이 침적된 모습.
현미경으로 관찰한 iCJD 환자의 뇌조직. A)뇌 신경세포가 손상돼 스펀지처럼 구멍이 난 모습, B)인근 신경세포의 파괴로 신경조직을 이어주는 신경교 세포가 별 모양으로 늘어난 모습, C)신경세포 주위에 iCJD 원인물질인 프리온 단백질이 침적된 모습.
뇌수막종은 뇌경막에 발생하기 때문에 뇌경막을 다시 이식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이후 환자는 퇴원해 별 탈없이 일상생활을 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해 6월. iCJD 감염 사실을 모른 채 20년이 넘게 생활해 왔으나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지고 운동기능이 급격히 떨어졌다. 왼쪽 얼굴과 발가락의 감각도 점차 소실됐으며, 근육이 갑자기 수축하는 ‘간대성근경련’이 나타나기도 했다. 증상이 심해지자 환자는 서울의 대학병원 등 3곳을 옮겨다니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뇌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뇌자기공명영상(BMRI) 촬영을 했지만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퇴행성인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sCJD)이 의심돼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됐다. 이후 환자의 증상은 빠르게 악화됐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가 하면 심한 공포감으로 불안에 떨기도 했다. 게다가 수시로 감정이 변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환각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 사물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증상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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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D 9월 최종확인후 발표 미뤄

이후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 의료진의 공동 연구가 진행됐다. 환자가 23년 전 독일 비브라운사가 제조한 뇌경막 조직인 ‘라이요두라’를 이식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에는 사망자의 뇌경막을 가공해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고, iCJD의 원인인 ‘프리온 단백질’을 수산화나트륨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감염자의 인체조직을 통한 감염 위험성이 컸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사망하기 직전인 10월 한림대 성심병원에 환자의 뇌조직을 보내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 신경세포 주변에서 프리온 단백질이 관찰됐다. 1차로 iCJD로 판명됐다. 하지만 이전에 국내에서 동종의 환자 사례가 없었던 만큼 확진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환자는 결국 11월에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후 김윤중(한림대병원) 교수에 의뢰해 동물의 뇌에 사망자의 뇌조직을 이식, 올해 9월 최종적으로 iCJD임을 확인했다. 이후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서는 설득력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김 교수는 “해외 역학연구에서 200건의 사례가 있고, 대부분 같은 제품을 사용했으며, 잠복기도 유행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조직 이식과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CJD 안전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CJD 의심환자 210명 중 CJD로 의심된 20명에 대해 2006년부터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CJD 안전지역 아니다”

그 결과, 이번 iCJD 환자 외에 자연 발생한 sCJD가 7명, 유전에 의한 가족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fCJD)이 1명 등으로 확인됐다. 2명은 알츠하이머로 진단됐고, 2명은 대상에서 배제됐으며, 나머지 7명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척수나 뇌조직, 장기를 먹어 생기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환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1-11-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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