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6월 후 홍수 출하”..육우 전철 밟을라
“과거에 번 돈으로 버티고들 있어. 이 돈이 바닥나면 부도농가가 부지기수일 거야.”전북 정읍시 정우면에서 한우 350마리를 키우는 문신우(56)씨.
문씨는 소 값 하락 얘기를 꺼내자 우울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작년 한 해 아내와 하루 6~7시간 열심히 일하며 소를 키웠다. 하지만, 그는 1억4천만 원이나 손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3년 전에는 30개월 큰 수컷 거세우를 마리당 900만 원 정도에 팔아 돈을 좀 만졌다. 그러나 지난달은 마리당 600만 원을 밑돌아 본전(760만 원)도 못 건졌다.
사료 값은 30%나 올랐지만 소 값은 큰 폭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상당수 농가가 3~5년 전에 번 돈으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그 돈을 다 까먹은 그 이후부터 부도나는 축산농가가 끝없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씨는 요즘 농가와 도매상 간 직거래 값보다 우시장 값이 싸지만, 거래가 안 된다며 소 값은 갈수록 더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2012년 6월 이후 2~3년간이 큰 문제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축산농가들이 2010년 구제역 파동으로 미뤘던 인공수정을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하면서 이번 달부터 송아지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그는 이 때문에 2012년 6월부터 송아지가 홍수 출하되고 이후로 ‘1만 원 육우’에 버금갈 정도로 ‘개 값으로 소 잡아먹는 때’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읍시 이평면에서 한우 200마리를 사육하는 한남석(53)씨.
한씨는 2011년 말까지 정산해야 할 사료 값(2천500만 원), 농기계 삯, 볏짚 값 등 모두 돈 3천5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출하한 거세우 16마리는 마리당 평균 700만 원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송아지 60마리도 마리당 40만 원 내린 160만 원에 팔아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구제역 이후 인공수정된 송아지가 본격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추월, 가격 하락을 더 부채질하고 사료 값은 더 오를 게 뻔해서다.
한 씨는 “몇 년 전부터 예견된 재앙이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며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사육두수를 줄이도록 암소 도태 장려금을 지급하고 사료 값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