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하 ‘찔끔’… 학생ㆍ학부모 ‘분노’

등록금 인하 ‘찔끔’… 학생ㆍ학부모 ‘분노’

입력 2012-01-26 00:00
수정 2012-01-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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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9개 대학 평균 4.8%↓..”생색내기 불과” 지적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요구에 전국 109개 대학이 평균 4.8%의 등록금을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인하폭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26일 한국장학재단이 집계한 대학들의 올해 등록금 현황(20일 기준)에 따르면 344개 대학 중 112곳이 명목 등록금 수준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109개 대학은 작년보다 인하했으며 포항공대 등 3개 대학은 동결했다.

인하율 분포는 5% 이상이 75개로 전체 등록금 인하 대학의 69%였으며 3%~5% 20개(18%), 3% 미만 14개(13%) 등이다. 평균 인하율은 4.8%다.

충북도립대가 30% 인하를 결정해 그나마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에 근접했을 뿐 나머지 대학들의 인하율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난 학생들의 목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동아대 권오민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서 등록금 5.2% 인하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평균 13%는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대학이 학생들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 인하설이 흘러나오는 강원 한림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삭발투쟁을 각오하고 있다.

법학과의 김태완(25, 3학년)씨는 “반값이 아니면 안 다니겠다. 다른 대학은 5% 내린다고 하는데 하는데 5%라 해봤자 크게 체감할 수 없다. 그나마 5%마저 내리지 않으면 삭발투쟁이라도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5% 인하 방침이 결정된 대구의 한 전문대생 김지현(20ㆍ여)씨는 “등록금을 5%씩 내린다고 하지만 사실 교육 수요자 처지에서 볼 땐 그다지 반가운 느낌이 없다”며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이 넘는 고액이다 보니 그다지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등록금 대부분을 부담하는 학부모들도 정부나 교육과학기술부에 보여주기 위해 ‘찔끔’ 인하한 대학의 처사가 고와 보일 리가 없다.

대학생 2명을 자녀로 둔 박모(52ㆍ회사원)씨는 “지난해부터 반값 등록금 이야기가 나오면서 최소 20~30%는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고작 5% 인하하는 선에서 그쳐 실망이 크다”면서 “그나마 인하분도 세금으로 충당되는 정부의 지원금이 대부분이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자녀가 대전권 대학에 다닌다는 송모(59ㆍ여)씨는 “학기당 등록금이 400만원에 가까운데 5% 인하라고 해봤자 겨우 20여만원에 불과하다. 사실 크게 체감되는 것은 없다”면서 “반값은 아니더라도 반의반 값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대학에서 인하율을 너무 인색하게 결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긴축재정을 해야 하는 재단 측에서도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보다 등록금을 6.5% 내리기로 한 부산 모 전문대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 대학 재정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부모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등록금을 인하했다”면서 “대학으로서도 마른행주를 다시 짜듯이 최대한 노력한 것인데 학생과 학부모의 체감온도와는 다른 것 같다”고 푸념했다.

등록금 3% 인하를 결정한 대구의 한 대학 관계자도 “3년 연속 등록금 동결로 약 90억원 이상, 올해 등록금 3% 인하로 30억원 이상의 재정 확충 기회를 잃어 대학으로서도 재정부담이 아주 큰 상태”라며 “장학금 확대와 교원 확충, 물가 상승 등으로 큰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려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명균 장희재 송형일 변우열 민영규 이정훈 강은나래 이덕기 최종호 김준호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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