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손만 내밀어 준다면…”

“누군가 손만 내밀어 준다면…”

입력 2012-04-23 00:00
수정 2012-04-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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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포기 경험 3人의 호소

‘각종학교’인 A고의 박군(19)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태권도 특기반으로 인기 있는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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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뒤 성적이 좋지 않게 됐고 설상가상으로 무릎에도 이상이 생겨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한번 뒤처진 공부를 따라 갈 수 없어 고심 끝에 고3 때 자퇴를 했다. 하지만 배움을 포기할 수 없어 A고에 등록했다. 이 학교는 여러 사정으로 학령기를 놓친 사람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2년제 대안적 교육기관이다.

박군과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이양(18)은 이른바 ‘문제아’였다. 결석도 잦고 등교를 하더라도 싸우고 화장을 하는 등 늘 교무실의 ‘관찰대상’이었다. 하지만 대중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할 땐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싹싹하고 부지런하다. 음식점 사장은 ‘보물 덩어리’라고 말한다.

또 다른 각종학교인 B고의 김군(18)은 원하는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하자 학교를 그만뒀다. 뷔페식당에서 서빙도 하고 PC방도 다녀보고, 술집도 다녀봤다. 1년쯤 하고 싶은 대로 해봤지만, 뭔가 허전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교복 입은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교육당국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학교 부적응 중도 탈락자’다. 하지만 이들도 학교에서 배우는 친구들처럼 꿈 많은 10대다. 성적이 좋지는 않지만, 누군가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이구동성이다. 박군은 “고교 자퇴 뒤, 1년을 허송세월로 보내다 친구 소개로 현재의 고교로 왔다.”면서 “방황을 많이 한 만큼 앞으론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도 “성적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배우고 싶다. 휼륭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김군은 “ 친구들보다 1년 늦게 다시 학교에 들어간 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 학생은 고양에서 발생한 또래 여학생에 대한 폭행치사 및 암매장 사건도 잘 알고 있었다.

박군은 “가해자들이 남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과시욕구도 있는 것 같고…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쌍하게 생각돼요.”라고 말했다. 김군도 “가해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 성인은 잘못을 하면 감옥을 가는데 청소년들은 학생이라고 집행유예나 보호관찰 처분을 하니까,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는 주장이다. 이양은 “친구들이 주변에서 말려 주고 부모님도 관심을 놓지 말고 이해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A고의 늦깎이 학생인 한모(54)씨는 “문제학생 옆에 앉아 보면 거짓말은 많이 하지만 매우 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돈이 많으면 나도 좋은 학교 갈 수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2012-04-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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