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장애인은 달팽이…섬세한 촉수로 꿈꾸며 살아요”

“시청각 장애인은 달팽이…섬세한 촉수로 꿈꾸며 살아요”

입력 2012-05-31 00:00
수정 2012-05-3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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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묵 교수·영화 ‘달팽이의 별’ 주인공 희망 토크 콘서트

“시청각 중복장애인은 ‘달팽이’ 같아요. 우리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려면 아주 느리거든요. 손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달팽이의 촉수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대 문학관 대강당에서 장애와 접근성이라는 주제로 ‘달팽이의 희망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시각장애를 가진 방송인 이동우씨의 사회로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의 이승준 감독, 영화 주인공인 조영찬·김순호 부부가 함께했다. 행사는 중증 지체장애에도 열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하는 이 교수와 시청각 중복장애에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영화 주인공과의 만남을 통해 장애에 대한 사회의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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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달팽이의 희망 토크 콘서트에 출연한 조영찬(왼쪽)씨와 김순호씨 부부가 독립영화 ‘달팽이의 별’에 함께 출연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울대 제공
30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달팽이의 희망 토크 콘서트에 출연한 조영찬(왼쪽)씨와 김순호씨 부부가 독립영화 ‘달팽이의 별’에 함께 출연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울대 제공


●“성숙한 사회일수록 배려라는 키워드 낯설지 않아”

‘달팽이의 별’은 실제 시청각 중복장애를 가진 조씨와 척추장애로 키가 작은 김씨 부부의 일상을 동화처럼 그린 영화다.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250여명의 관객이 조씨 부부의 따뜻하고 유쾌한 일상에 푹 빠졌다.

김씨는 “완성된 영화를 4번쯤 봤다.”면서 “영화가 자신들을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으로 비추지 않아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조씨는 모든 장면과 대사를 텍스트로 친 파일로 영화를 감상했다. 이 감독은 “무언가 반드시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 일상 속의 소중한 순간들을 잡아내겠다는 원칙이 있어 서로 가족처럼 믿으면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성숙한 사회일수록 배려라는 키워드가 낯설지 않다.”면서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배려해서 정책을 만들고 건물을 지으면 되는 일이다. 여유가 안 되면 소수자는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참 천박하다.”고도 했다. 조씨는 “내 인생을 바꾼 첫 번째 기적이 아내와의 결혼이라면 두 번째 기적은 점자 정보 단말기와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무관심 깨우쳐주는 작품”

이 교수는 “이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무관심을 깨우쳐주는 작품”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소수자 중 소수자인 중복 장애인을 위한 보조 공학 기술의 개발과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제고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2012-05-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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