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배수, 이상득 前의원에 잇따라 불리한 증언
저축은행 등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27일 자신의 오랜 보좌관이던 박배수(47)씨와 하늘색 수의를 입고 대면했다.이들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 관계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가 증인신문을 통해 이 전 의원에게 잇따라 불리한 증언을 내놓자 16년씩이나 동고동락한 두 사람 사이에는 냉기가 흘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씨는 “코오롱에서 의원실 운영비를 지원받는 사실을 이 전 의원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의원실 운영비로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코오롱에 돈을 요구했다. 민간 회사라 부담스러워서 직접 만나 현금으로 받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공소사실을 사실상 뒷받침한 증언이다.
5m 남짓 떨어져 피고인석과 증인석에 앉은 이 전 의원과 박씨는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재판 내내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박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신문에 응했으나 책상 밑으로 다리를 몹시 떠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코오롱상사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박씨는 1996년 이 전 의원 비서로 자리를 옮겨 보좌관까지 지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측으로부터 고문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전달받아 온 장본인이어서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됐다.
박씨는 SLS그룹 수사 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박씨는 신문 말미에 “위험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과잉충성’을 한 것 같다”며 “이런 내용을 수사과정에서 진술하며 의원님께 피해가 갈까 봐 인간적으로 많이 고민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10일에 속행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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