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위조… 친인척 위장 ‘장기밀매’

주민등록증 위조… 친인척 위장 ‘장기밀매’

입력 2012-12-11 00:00
수정 2012-12-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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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동료 가장… 수법 지능화

인터넷 카페를 통한 ‘중국 원정’ 장기매매가 급증하는 가운데, 단속이 심한 국내에서도 장기 밀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는 기증자와 수혜자가 친·인척 관계가 아닐 경우 이식 승인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을 악용, 주민등록증이나 가족관계 증명서 등을 위조해 친·인척인 것처럼 위장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기 기증자가 마치 환자의 친척인 것처럼 주민등록증을 위조, 장기이식 승인을 신청한 브로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및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심모(4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심씨는 지난해 3월 인터넷을 통해 장기 매도인과 매수인을 모집했다. 간암으로 간 이식이 절실했던 환자 A씨가 매수인으로, 급전이 필요했던 B씨가 기증자로 나섰다. 심씨는 주민등록증 사진과 지문을 합성, B씨가 A씨의 시조카인 것처럼 꾸며 장기 이식 승인 신청서류를 작성했다. 이 대가로 심씨는 A씨로부터 9000만원을 건네받고 B씨에게 이 중 4000만원을 지급, 5000만원의 이득을 취했다. 심씨는 지난해 4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주민등록증을 위조, 알선료 3500만원을 받았다.

가족관계 증명서나 재직 증명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는 장기밀매 브로커 박모(4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의뢰인 임모(57·여)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매수인에게 가족관계 증명서를 받아 컴퓨터로 스캔한 뒤 자녀란에 기재된 인적사항을 지우고 매도인의 성명과 출생 연월일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고모와 조카처럼 가장했다. 이 밖에 박씨는 매수인의 재직증명서를 스캔해 인적사항을 입력, 매도인이 매수인과 같은 회사동료인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장기밀매 수법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과거 장기밀매가 브로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장기 이식이 절실한 환자와 금전이 필요한 매도인이 직접 공문서·사문서 위조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면서 “밀매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병원 및 관계기관과 협력해 음성적인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2012-12-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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