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석사에 의뢰… 방향·비거리 조작
스크린 골프 내기를 하면서 리모컨으로 퍼팅 방향과 비거리 등을 조작해 억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사기단이 처음으로 덜미를 잡혔다.부산지검 강력부(부장 조호경)는 강모(54)씨 등 스크린 골프 사기단 14명을 적발해 5명을 구속 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부산지검은 또 달아난 3명을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강씨가 운영하는 부산 시내 모 스크린 골프장에서 회사원 박모(48)씨와 타당 5만~300만원을 걸고 내기 골프를 하면서 리모컨으로 화면을 조작해 1억 82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3월 영도구 김모(46)씨의 스크린 골프장에서 타당 10만~4000만원을 걸고 김씨와 내기 골프를 하면서 같은 수법으로 1억 52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가 백스윙할 때 리모컨으로 화면을 조작해 채를 바꿔놓거나 퍼팅 방향을 돌려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븐파 또는 언더파를 치는 피해자들이 페어웨이에서 고전했고 평소 1~2번이면 충분했던 퍼팅을 3~4번씩 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 일당은 당초 피해자들에게 마약류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해 정신을 혼미하게 한 뒤 화면을 조작하려 했지만 키보드나 리모컨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소리가 나자 공학석사인 허모(39)씨 부자에게 의뢰해 소리가 나지 않는 특수 리모컨을 개발했다.
검찰은 강씨 일당이 이 리모컨 20여개를 개당 100만~400만원을 받고 시중에 유통시킨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2012-12-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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