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VS 생명우선…가택 긴급출입권 ‘공방’

인권침해 VS 생명우선…가택 긴급출입권 ‘공방’

입력 2012-12-17 00:00
업데이트 2012-12-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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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긴급 상황에서 집주인의 허락 여부와 상관없이 강제 진입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한 것을 놓고 경찰과 시민사회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긴급 상황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경찰권을 강화해 인권 침해 소지만 커진다는 주장과 점차 범죄가 흉포해지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한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것이다.

경찰은 위급 상황 때 경찰이 가택에 대한 출입·확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논거로 지난 4월 평택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감금·성폭행 사건을 들고 있다.

당시 피해자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94가구를 탐문했으나 범인의 집이 포함된 12가구는 탐문에 응하지 않아 집안을 살펴볼 수 없었다.

경찰은 이때 상당히 의심이 갔던 범인의 집에 강제로 들어갈 수 있었다면 범행을 빨리 차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원 부녀자 살인사건(일명 오원춘 사건)도 가택 수색이 가능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런 문제의식에 기초해 경찰관직무집행법과 형사소송법을 재해석해 위급상황 때 가택에 대한 출입·확인 권한을 명시한 지침을 최근 일선에 배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찰 권한 확대가 소기의 성과를 내기보다 인권 침해 소지만 키운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상당하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17일 “일종의 영장 없는 강제수사가 폭넓게 가능해져 영장주의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은 수원 오원춘 사건을 예로 들지만 이 사건은 경찰에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고가 들어왔을 때 제대로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경찰이 내세우는 필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긴급상황이라는 판단 자체가 어렵고 애매모호해 법률 개정 등 없이 경찰 지침만으로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공권력의 집행에서 개인 신체 구속이나 소유물 압수수색 등은 매우 엄격한 법적 판단에 의거해야 하고, 이는 경찰의 독자적 판단이 아닌 통합적 대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신체의 자유나 주거 안정권은 굉장히 사적인 것이고 그 권리가 침해됐을 때의 피해는 회복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막심하다”며 “일정 정도의 절차도 없이 현장 판단만으로 이를 제한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근본적인 문제보다 자신들의 권한만 강화시키려는 경찰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한 가치라고 판단한다”면서 “인권 침해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설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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