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국인 피의자 확인…국제공조 요청
2005년 울산에서 발생한 ‘나기봉씨 실종사건’의 유력한 살해 피의자를 경찰이 확인, 추적 중이다.19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26일 경북 경주시 외동읍 방어리의 한 야산에서 나물을 캐러 가던 주민이 백골 시신을 발견, 경주경찰서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이 시신은 돗자리에 쌓여 있었고 돗자리는 전깃줄로 묶여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주경찰의 확인 결과 시신과 함께 있던 바지에서 나기봉(당시 45세·한전기공 정비기술자)의 명함이 나왔다.
경주경찰은 명함에 적힌 이름이 2005년 6월 5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인물임을 확인, 남부경찰서에 알렸다.
통보를 받은 울산경찰은 나씨 실종 당시의 수사 기록을 재확인하고 다시 주변 인물 탐문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경찰은 나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가 실종지역 인근의 노래방인 것을 알아내고 실종 당시 나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여성 A씨를 찾아내 조사했다.
조사 결과 나씨는 2005년 6월 3일 오전 2시 50분께 동료 한 명과 함께 울산시 남구 야음동의 한 노래방에 갔다가 우연히 그곳에 손님으로 와있던 A씨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동료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고 나씨와 A씨는 30분 뒤 A씨가 노래방 인근에서 운영하는 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이야기는 나눴다.
그때 주점 안에 있던 중국인 Y(48)씨가 이를 목격, 나씨와 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나씨를 찔러 숨지게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씨와 Y씨는 내연관계인 것 같다”며 “Y씨가 가게 안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나씨와 A씨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고 잠에서 깬 Y씨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살해 이후 Y씨는 A씨에게 “너는 아무것도 못 본 것이다”고 협박하며 봉고 차량을 구해오라고 시켰고 A씨는 지인으로부터 차량을 빌려 Y씨와 함께 경주 외동읍 방어리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를 사체은닉혐의로 조사했지만 공소시효가 2012년 6월 3일자로 만료돼 처벌하지 못하고 석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A씨의 진술을 토대로 Y씨를 찾아나섰지만, Y씨는 이미 2009년 4월 불법체류사실이 발각돼 중국으로 강제추방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현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을 통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나씨는 사건 당시 경기도에서 울산으로 출장 왔다가 동료와 술을 마신 뒤 실종됐으며 경기도 소재 한전기공 직원과 가족 등 2천여 명이 울산으로 와서 시민에게 나씨를 찾아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나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용과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나씨를 찾아나섰으나 성과가 없어 지난 8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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