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법리 적용 의견 분분…녹취록+α가 관건

’내란음모’ 법리 적용 의견 분분…녹취록+α가 관건

입력 2013-08-30 00:00
업데이트 2013-08-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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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연계 등 구체적인 증명 필요… “국보법 ‘가능’, 내란음모 ‘글쎄’”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핵심 당직자들에게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혐의 적용을 둘러싼 법리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과연 어디까지 인정될지를 놓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북한과의 연계 여부 등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도 많아 일대 공방이 예상된다.

◇’북한과의 연계’ 등 추가 증거가 관건 = 녹취록 등에 나타난 이 의원 등의 발언만 놓고 보면 국가보안법 위반죄 성립은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내란음모죄의 경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도 많다. 이는 형법상 가장 무거운 죄인 내란죄의 특성상 유죄로 인정되려면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녹취록 외에 관련자들의 직접 진술이나 다른 물적 증거 등이 뒷받침된다면 또 다른 국면으로 논란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북한과 접촉했거나 북한의 지령을 받는 등 북한과 연계가 됐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 등의 존재가 중요하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형법 교과서 등 이론상으로는 다뤄져 왔지만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객관적 사실이 정리되고 그에 대해 법적 판단이 엄정하게 내려진 전례를 찾기는 힘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조작된 ‘불법 재판’임이 인정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 이전의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은 ‘사법살인’ 논란과 함께 재심에서 무죄로 결론났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신군부’ 세력 등 17명이 내란죄로 기소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군인들이 군사 반란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는 사실 관계가 크게 다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1980년 이후 내란죄를 법원이 재판을 통해 정면으로 다루는 사실상 최초의 사례, 이른바 ‘리딩 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내란·외환죄는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가장 무거운 죄의 하나다. 수많은 범죄 중에서도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는 유일한 범죄는 이들 2개뿐이다.

살인 등 일부 죄도 최고 사형의 처벌이 가능하지만 내란·외환죄와는 보호 법익이 달라 법적 성질도 다르다.

◇전문가들 “국보법 위반 가능, 내란모의 쉽지 않다” = 법률 전문가들 의견에 따르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관건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명확한 고의·뚜렷한 목적이 있는지, 구체성·치밀성이 있는지 여부다.

내란 음모를 꾸몄다고 볼 정도로 명백한 목적·고의성이 있는지,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로 폭동을 일으켜 정부를 전복시킨다는 구체적 행위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형법의 규제 대상이 되려면 구체성이 필요하다”며 “녹취록 발언만으로는 내란음모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을 사기 위해 얼마를 들고 부산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난다’는 수준이 아니고 현재로선 ‘부산에 가면 총기를 구할 수 있다더라’, ‘인터넷에서 폭탄 제조법을 알 수 있다’ 정도의 논의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총기 확보’나 ‘통신시설 타격 모의’ 등이 내란죄의 처벌 대상인 국토 참절이나 국헌 문란 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고 한 교수는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내란죄를 적용하려면 ‘국토 참절’이나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녹취록 발언만으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시설의 경우 국가 주요 기간시설은 맞지만 헌법상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녹취록이 결정적인 증거라고 한다면 내란음모 혐의 적용은 어렵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물증과 진술 등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란음모를 적용하려면 조직과 체계를 갖춘 뒤 역할을 분담하는 치밀성, 무력으로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녹취록 내용만으로는 이런 면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은 명확해 보인다. 다만 현재 드러난 녹취록이나 보도 내용만으로는 국토를 참절하고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국가를 무너뜨리는 폭동에 이를 정도의 모의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녹취록과 회합 내용만으로도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향후 수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가 주요시설에 물리력으로 위해를 가할 정도의 논의를 했고 폭동을 준비했다면 내란음모의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며 “증거에 의해 이들이 얼마나 생각했고 준비했는지를 밝혀야 하고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점은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 인적·물적 역량의 준비 정도 등 크게 두 가지”라며 “이런 논의·모임이 과연 순수하게 자생적으로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이들 중 일부가 북한과 연계가 됐을지를 수사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장 출신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는 “유사시에 총을 들고 기간산업을 타격하겠다는 발언은 내란죄는 아니더라도 내란음모죄는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내란죄의 구성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 만큼 녹취록만으로 바로 내란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를 통해 많은 부분이 보안된다면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을 가능성 내지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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