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카이스트서 박사학위 받는 박태우씨
게임에 빠져 대학 입시에도 한차례 실패했었던 학생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한다. 2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을 졸업하는 박태우(32·전산학과) 씨의 얘기다.게임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고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게 된 박태우씨가 20일 대전 유성구 대학로 카이스트 교정에서 박사논문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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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을 들은 박씨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연구에 매진했다. 전통적인 게임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박씨는 일상생활과 게임을 접목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헬스장, 수영장, 어린이집, 공원 등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했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를 혼자 달리는 사람들이 달리기를 지루해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것을 본 박씨는 다른 사람과 같이 즐기면서 운동하는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두 플레이어의 달리는 속도 차이를 통해 방향을 조종하는 레이스 운동 ‘오리배’ 게임은 이렇게 나왔다. 이렇게 개발한 결과물은 ‘퍼베이시브(보급형) 소셜 운동게임과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의 디자인 및 구현’이라는 논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게임을 어떻게 개발하게 됐는지, 이러한 게임들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 기술을 하니까 논문도 수월하게 쓸 수 있었다”는 박씨의 논문은 ACM 모비스 등 해외학회에서도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주목받았다. 덕분에 카이스트가 해마다 1~2명만 선발하는 NASA 교환연구원으로 뽑혀 6월에 미국에 간다. “논문을 쓰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LOL’(온라인 어드벤처 게임의 일종인 ‘리그오브레전드’)을 실컷 했다”는 박씨는 “게임은 마약 같지만 나에겐 큰 도움이 됐다. NASA에 가면 게임을 많이 못 할까 걱정된다”며 웃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02-21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