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들의 ‘큰형님 경찰관’으로 15년째

서울역 노숙인들의 ‘큰형님 경찰관’으로 15년째

입력 2014-02-21 00:00
수정 2014-02-2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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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기 남대문경찰서 경위

“다른 누구보다 노숙인들이 나를 인정해줄 때 가장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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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의 ‘큰 형님’으로 불리며 14년째 서울역 노숙인을 관리해온 서울 남대문경찰서 장준기(56) 경위가 20일 서울역 파출소 앞에서 노숙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숙인들의 ‘큰 형님’으로 불리며 14년째 서울역 노숙인을 관리해온 서울 남대문경찰서 장준기(56) 경위가 20일 서울역 파출소 앞에서 노숙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숙인들의 ‘큰형님’으로 불리며 14년째 서울역 노숙인을 관리해온 서울 남대문경찰서 장준기(56) 경위가 자신이 원할 때까지 노숙인들 곁에 남을 수 있게 됐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남대문경찰서 전입 15년차인 장 경위는 최근 서울경찰청 인사위원회의 결정으로 서울역 파출소에 잔류하게 됐다. 허찬 남대문경찰서장이 “장 경위만큼 거칠고 힘든 노숙인 관리 업무를 잘해낼 적임자가 없다”며 잔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은 인사관리 규칙에 따라 경위급이 전입 15년차가 되면 다른 경찰서로 옮겨 순환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잔류 요청이 있으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전보·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장 경위가 노숙인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서울역 파출소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경찰은 노숙인이 행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난동을 부릴 때에만 개입했고 문제는 계속 반복됐다. 장 경위는 이런 소극적인 방법으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노숙인들과 직접 만나 안부를 물으며 깊은 대화를 나눴고 노숙인들은 경찰관과 친구가 됐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노숙인들은 장 경위를 ‘형님’이라 부르며 따른다.

노숙인들과 가까워지면서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파출소 앞까지 택시를 타고 온 한 노숙인은 택시 운전사에게 “여기 형이 있다”며 장 경위를 소개하는 바람에 택시비를 대신 내는 일도 있었다. 폭행 등으로 수배가 내려진 노숙자들이 “기왕 걸릴 거면 우리 형님에게 가는 게 낫다”며 제 발로 장 경위를 찾아왔다. 그는 “내 가치를 인정받아 잔류 결정이 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oeul.co.kr
2014-02-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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