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정황 속속 드러나…부실 시공 등 집중 수사
115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시간이 지날 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사고는 최근 동해안 지역에 쏟아진 폭설이 샌드위치패널로 만든 체육관 지붕을 짓누른 것이 1차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제설 태만, 부실 시공 등 천재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것들이 고구마줄기처럼 나오고 있다.
경찰도 이런 의혹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체육관 제대로 지었나
마우나오션리조트 안전사고 수사본부는 사고 직후 경주시와 시공사에서 체육관 인·허가 관련 서류, 설계 도면, 시방서 등을 확보해 부실 설계·시공 여부에 대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주시는 적법 절차에 따라 허가를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시공부터 준공검사에 이르기까지 아무 문제가 없어 2009년 6월 체육관 시설로 허가한 뒤 같은 해 9월 사용 승인을 내줬다는 것이다.
품질과 규격에 문제가 없는 정품 H빔을 사용했는가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체육관 벽면과 천장에 설치한 H빔은 비교적 강도가 낮은 샌드위치패널을 떠받치는 받침대 역할을 한다.
사고 현장에서는 H빔이 마치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어 일부 전문가는 불량 자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TV로 사고 현장 화면을 보니 무너진 강당 지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H빔은 정품이 아니거나 강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외벽과 지붕을 철골 구조로 만든 뒤 주변을 샌드위치 패널로 덧대는 일명 PEB공법으로 지은 건물은 통상 지붕 가운데 부분이 가장 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지붕의 한 쪽 끝부분부터 무너져 내려 의문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9일 현장 감식에 참여한 박영석(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한국강구조학회장은 “가장 큰 하중을 받는 천장 중앙부가 꺾이면서 건물이 V자로 휘었다”며 “나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거나 구조물 단면이 하중을 견딜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리조트측 붕괴 위험 사전 감지했나
사고 발생 엿새 전인 지난 11일께 리조트측이 울산의 한 조립식주택 건설업체에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을 의뢰했다는 소문이 나돌자 경찰은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는 리조트측이 사고가 난 강당의 구조물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설 없이 행사를 강행, 참사를 불렀다는 것이어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최문태 경주경찰서 수사과장은 21일 수사 브리핑에서 “견적을 의뢰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립식주택 건설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업체 관계자가 사고 전에 체육관에 들어갔던 것으로는 확인됐지만 진술 이외에 다른 증거는 없어 추가 확인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조트측은 “(소문 자체가) 사실 무근이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강력 부인했다.
◇ 경주시 책임 회피 급급
경주시 한 공무원이 “사고 발생 나흘 전 리조트 측에 전화로 ‘눈이 많이 오니 치워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번복해 사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이는 리조트측이 경주시의 제설 요구도 묵살, 참사를 초래했다는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게다가 경주시 도시건설과가 지난주 폭설이 내릴 때 지역 읍·면·동사무소에 제설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면사무소 공무원이 이를 리조트측에 알리지 않고 묵살했다는 의혹도 나와 경찰이 직무 유기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 안전관리 책임자들 어디에 있었나
경찰은 사고 당시 시설안전관리 등을 담당하는 리조트 직원이 현장에 단 한 명도 없었던 이유도 조사하고 있다.
리조트 레저사업소에 근무하는 직원은 기계·전기통신·시설안전관리 등 10여명에 이르지만 사고 당시 체육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밖에 행사를 주최한 부산외대 총학생회의 신입생 환영회 장소 선정과 이벤트 업체 계약 과정 전반에도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리조트 측과 부산외대 총학생회, 이벤트 업체간에 행사장소 선정 등 전반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