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9년전 ‘장흥공작’ 사건 경찰 가혹행위 불인정

대법, 29년전 ‘장흥공작’ 사건 경찰 가혹행위 불인정

입력 2014-03-05 00:00
수정 2014-03-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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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이 경찰에서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변사체로 발견된 1980년대 이른바 ‘장흥공작’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경찰의 가혹행위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신호수(당시 23세)씨 유가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영장 없이 불법 구속한 데 따른 위자료만 인정, “국가가 유족에게 8천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장흥공작 사건은 1985년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에서 방위병으로 복무한 신씨의 자취방에서 북한 불온선전물(삐라)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신씨가 소집해제된 이후 그 자취방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삐라 34매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 서부경찰서 대공 2계 차모 경사 등이 신씨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듬해 인천에서 가스배달업체 종업원으로 일하던 신씨를 영장 없이 연행했다. 연행 이유도 알리지 않았다.

신씨는 연행 8일 만에 전남 여천군의 한 동굴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두 팔은 허리띠로 몸통에 묶여 있었다.

당시 전남 여수경찰서는 신씨가 입고 있던 옷을 이용해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시신을 가매장한 뒤 유족들에게 통보했다. 신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8일이나 지난 뒤였다.

경찰은 신씨를 연행 몇 시간 만에 풀어줬다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은 타살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신씨가 자살할 이유가 없는데다 두 팔이 묶인 채 목을 맬 수 없다는 점, 현장에 소지품을 불태운 흔적이 있지만 라이터가 발견되지 않는 등 의문점이 많았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경찰이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신씨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해 신씨가 숨지자 자살로 위장한 것으로 판단, 진실 규명 결정을 했다.

유족들은 신씨가 복무했던 부대에서 삐라를 모아오면 특별 휴가를 줘 모아둔 것인데 경찰이 간첩으로 몰려고 가혹행위를 해 신씨가 숨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신씨를 영장 없이 불법 구속하고, 연행 이후 행적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도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린 점 등을 근거로 유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8천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경찰의 가혹행위로 신씨가 숨졌다는 의혹은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경찰이 가혹행위를 해 신씨가 숨졌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경찰이 자살로 위장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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