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무시한 세월호…돌아온 것은 ‘참사’

원칙 무시한 세월호…돌아온 것은 ‘참사’

입력 2014-04-20 00:00
수정 2014-04-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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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신고 축소보고, 구조요청 엉뚱한 곳에, 선원들은 먼저 탈출

침몰 여객선 세월호(6천825t급)는 출항부터 사고 발생 때까지 수많은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항 전 점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제출하는가 하면 조난신고를 엉뚱한 곳에 하는 바람에 더 많은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버렸다. 선원들은 승객에게 “객실에 대기하라”고 해 놓고는 승객을 두고 먼저 탈출하는 등 자체 매뉴얼도 무시했다.

20일 오후 2시 현재 승객 476명 중 52명이 숨지고 250명이 실종된 상태다. 원칙을 무시한 대가는 참혹하기만 했다.

◇ 출항신고서 축소 보고

이준석(69) 세월호 선장은 지난 15일 오후 9시 세월호 출항을 앞두고 인천항 운항관리실에 ‘출항 전 점검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일반화물 657t, 자동차 150대를 실은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사건 이후 청해진해운 발표에 세월호에 실린 화물은 1천157t, 차량은 180대다. 실제보다 화물 500t, 차량 30대를 축소 보고한 것이다.

또 보고서에는 컨테이너를 싣지 않았다고 기재했지만 선수 갑판에만 10여 개의 컨테이너가 실린 것이 침몰 당시 영상에서 확인됐다.

승선 인원도 승객 450명, 선원 24명 등 474명이라고 적었지만 중앙재난대책본부 발표로는 승객 447명, 선원 29명 등 476명이 타고 있었다.

◇ 구조요청 엉뚱한 곳에…의문 증폭

세월호 승무원은 배가 기울자 초단파무선통신(VHF) 12번 채널로 15일 오전 8시 55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지금 배가 넘어간다”며 조난사실을 알렸다.

해경과 인근 선박에 모두 전파되는 비상채널 16번 채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16번 채널은 공통 대기채널이어서 통신 수화기를 들기만 해도 16번으로 이어지는데 승무원은 사고지점에서 80km나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교신했다.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인근 선박에 조난신호가 보내지는 비상신호용 ‘디스트레스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해경의 출동시간도 그만큼 늦어지면서 침몰 초기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세월호가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인 점을 고려하면 다급한 마음에 평소 자주 이용하는 제주관제센터를 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평소 비상상황 대비 훈련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선박직’ 직원 전원 생존…승객 두고 먼저 탈출

선장·항해사·기관사 등 이른바 선박직으로 분류되는 선원 15명은 전원 구조됐다.

선박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수백명의 학생들을 뒤로 한 채 먼저 탈출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학생들이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 때문에 배 밖으로 대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이 이들은 평소 익숙한 통로를 이용해 탈출에 성공했다.

특히 선장 이씨는 첫 구조선에 몸을 싣고 육지에 도착함으로써 승객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배를 지켜야 하는 선장의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다.

선사의 위기대응 매뉴얼대로라면 선장은 선내에서 총지휘를 맡고 1항사는 현장지휘, 2항사는 응급처치와 구명정 작동, 3항사는 선장을 보좌해 기록·통신 업무를 담당해야 했지만 모두 무시됐다.

◇ 평소 안전점검 소홀…작년 선원 연수비 고작 54만원

세월호 운영사 청해진해운은 운항관리규정에 따라 열흘마다 소화훈련,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해상인명 안전훈련을 실시해야 했지만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은 작년 광고선전비에 2억3천만원, 접대비에 6천60만원을 지출하면서도 선원 안전교육 등 연수비로는 불과 54만원을 지출했다.

청해진해운의 적절치 못한 사후 대응에도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국민적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도 20일 언론 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가 하면 승객의 친구가 선사를 찾아가 항의하자 112에 신고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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