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남녀평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 문제에 대한 반응도 남녀에 따라 다르기 쉽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곤충이라도 좋으니 수컷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차별을 절감한 여성도 있는 반면 가부장제 전통에 익숙한 나머지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당하는 세상이 됐다고 개탄하는 남성도 있을 것이다.
그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63점대다. 2013년 우리나라가 자체 분석한 국가성평등지수(63.9)와 세계경제포럼의 성(性)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0.635)를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남녀 격차만 반영하는 GGI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36개국 중 111위다. 반면 유엔개발계획의 성불평등지수(GII·Gender Inequality Index)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0.153으로 148개국 중 27위다. 순위가 상반돼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GII는 모성사망률과 청소년출산율 등 수준 자체도 남녀 격차와 나란히 반영한 수치여서 다르고, 따라서 100점 만점도 아니다. 남성연대가 GGI에 대해 “강간당한 여동생이 집안의 수치라며 오빠가 여동생의 목을 베는 국가보다도 우리 순위가 낮은 엉터리 자료”라고 비난하는 것은 여성 인권 수준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남녀 격차도 의미는 있다.
종합하면 우리나라가 여성의 복지 인권 수준이 절대평가로는 높지만 남성과 비교한 상대적 평등 수준은 낮은 셈이다. 특히 GGI 14개 지표 중 우리나라는 건강 및 생존(0.973)과 교육적 성취(0.959)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관리직(0.11), 장관 수(0.14), 국회의원 수(0.19), 소득(0.44), 유사직종 임금 성비(0.52) 등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가성평등지수에서는 국회의원(15.7%)과 5급 이상 공무원(11.3%), 민간 기업 과장급 이상 관리자(12.7%) 가운데 여성 비율 등 의사결정(22.6) 부문이 8개 부문(21개 지표)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부위원회 여성 참여율을 17년까지 40%로 높이는 등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100여개 대기업과 단체 정부 등으로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를 6월 중 구성, 여성의 승진을 제약하는 ‘유리천장’ 등 성차별이 사라지도록 자발적 추진을 유도할 방침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안이환 교수는 “양성평등을 신속히 이루기 위해 사회에서는 취약 부문인 기업 여성임원 할당제를 공기업부터 시행하고, 가정에서는 아빠에게만 허용하는 유급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해 돌봄의 권리를 공유하게 하는 등 제도를 통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식 개선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송현주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가사담당자로 분리시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도 현모양처(賢母良妻) 이데올로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성 역할 고정관념이나, 아버지가 가족의 대표로서 가족 구성원에 대해 일방적인 권위나 지배를 행사하는 가부장제(家父長制)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말한다.
부부라는 한자의 뜻도 지아비(夫)는 하늘(天)보다 더 높고, 부인(婦)은 빗자루(?·추)를 든 여자(女)라는 식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다양한 역할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가정과 사회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침부터 같이 돈 벌고 퇴근해서 자기는 컴퓨터하며 게임하고 저는 아들 둘과 씨름하며 집안일까지 해서 불만을 토로하면 고작 그거 해놓고 뭘 생색내냐고 이야기합니다.’ 한 여성 사이트에 오른 여성의 푸념이다.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례다. 일일 가사노동시간이 2009년 기준 여성은 취업자 2시간 34분, 비취업자 4시간 41분인 데 비해 남성은 취업자 36분, 비취업자 1시간 4분으로 일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일하는 남성의 4배 이상일 뿐 아니라 노는 남성의 2배가 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집안일과 아이 돌봄을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내 일’로 알고 함께하지 않으려면 맞벌이 배우자를 얻으려 하지 말라는 말도 나온다.
전문직 여성 A씨는 병원에 치료받으러 가서 상냥하게 대했더니 의사가 “아줌마”라고 부르더란다. 주위를 살펴보니 남성에게는 옷차림에 상관없이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에 불쾌감을 느낀 나머지 전문용어도 써가며 까칠하게 굴었더니 금세 “선생님”으로 호칭이 바뀌더란다. 여성 차별이 일상화된 모습이다.
물론 지난해 사법연수원 출신 판사 신규 임용자 중 78%, 검사 임용자 중 71%를 여성이 차지한 만큼 현재 전체 판사의 27%, 검사의 25%인 여성 비율이 머지않아 절반을 넘어서는 등 각계에서 남녀 비율 역전이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안일과 아이 돌봄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유리천장이 걷혀야 가능한 이야기다. 기간도 많이 소요된다. 그러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8명으로 세계 최저를 유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1호 국가가 될 것으로 유엔인구기금이 예측했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는 여성이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서 40.4%로 남성(27.8%)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여성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 이혼율도 증가한다. 이런 사실이 우리를 암울하게 한다.
양성이 평등해야 남녀 모두 행복할 수 있다. 한쪽이 좀 편해지려다가 상대방이 불행을 느끼면 결국 모두 불행해진다. 남녀는 크게 보면 상쟁(相爭)이 아니라 상생(相生)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제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촬영한 단체 사진에 여성 의원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종합하면 우리나라가 여성의 복지 인권 수준이 절대평가로는 높지만 남성과 비교한 상대적 평등 수준은 낮은 셈이다. 특히 GGI 14개 지표 중 우리나라는 건강 및 생존(0.973)과 교육적 성취(0.959)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관리직(0.11), 장관 수(0.14), 국회의원 수(0.19), 소득(0.44), 유사직종 임금 성비(0.52) 등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가성평등지수에서는 국회의원(15.7%)과 5급 이상 공무원(11.3%), 민간 기업 과장급 이상 관리자(12.7%) 가운데 여성 비율 등 의사결정(22.6) 부문이 8개 부문(21개 지표)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부위원회 여성 참여율을 17년까지 40%로 높이는 등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100여개 대기업과 단체 정부 등으로 여성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를 6월 중 구성, 여성의 승진을 제약하는 ‘유리천장’ 등 성차별이 사라지도록 자발적 추진을 유도할 방침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안이환 교수는 “양성평등을 신속히 이루기 위해 사회에서는 취약 부문인 기업 여성임원 할당제를 공기업부터 시행하고, 가정에서는 아빠에게만 허용하는 유급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해 돌봄의 권리를 공유하게 하는 등 제도를 통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식 개선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송현주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가사담당자로 분리시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도 현모양처(賢母良妻) 이데올로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성 역할 고정관념이나, 아버지가 가족의 대표로서 가족 구성원에 대해 일방적인 권위나 지배를 행사하는 가부장제(家父長制)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말한다.
부부라는 한자의 뜻도 지아비(夫)는 하늘(天)보다 더 높고, 부인(婦)은 빗자루(?·추)를 든 여자(女)라는 식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다양한 역할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가정과 사회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침부터 같이 돈 벌고 퇴근해서 자기는 컴퓨터하며 게임하고 저는 아들 둘과 씨름하며 집안일까지 해서 불만을 토로하면 고작 그거 해놓고 뭘 생색내냐고 이야기합니다.’ 한 여성 사이트에 오른 여성의 푸념이다.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례다. 일일 가사노동시간이 2009년 기준 여성은 취업자 2시간 34분, 비취업자 4시간 41분인 데 비해 남성은 취업자 36분, 비취업자 1시간 4분으로 일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일하는 남성의 4배 이상일 뿐 아니라 노는 남성의 2배가 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집안일과 아이 돌봄을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내 일’로 알고 함께하지 않으려면 맞벌이 배우자를 얻으려 하지 말라는 말도 나온다.
전문직 여성 A씨는 병원에 치료받으러 가서 상냥하게 대했더니 의사가 “아줌마”라고 부르더란다. 주위를 살펴보니 남성에게는 옷차림에 상관없이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에 불쾌감을 느낀 나머지 전문용어도 써가며 까칠하게 굴었더니 금세 “선생님”으로 호칭이 바뀌더란다. 여성 차별이 일상화된 모습이다.
물론 지난해 사법연수원 출신 판사 신규 임용자 중 78%, 검사 임용자 중 71%를 여성이 차지한 만큼 현재 전체 판사의 27%, 검사의 25%인 여성 비율이 머지않아 절반을 넘어서는 등 각계에서 남녀 비율 역전이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안일과 아이 돌봄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유리천장이 걷혀야 가능한 이야기다. 기간도 많이 소요된다. 그러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8명으로 세계 최저를 유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소멸하는 1호 국가가 될 것으로 유엔인구기금이 예측했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는 여성이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서 40.4%로 남성(27.8%)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여성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 이혼율도 증가한다. 이런 사실이 우리를 암울하게 한다.
양성이 평등해야 남녀 모두 행복할 수 있다. 한쪽이 좀 편해지려다가 상대방이 불행을 느끼면 결국 모두 불행해진다. 남녀는 크게 보면 상쟁(相爭)이 아니라 상생(相生)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