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공해산업 수출… 아무도 책임 안 져”

“한국은 공해산업 수출… 아무도 책임 안 져”

입력 2014-06-18 00:00
수정 2014-06-18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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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합작기업 女근로자 회견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회사와 인도네시아 정부, 한국 중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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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한다야니(왼쪽) 산업보건전문의가 인도네시아 현지 석면 방직공장에서 일하다 ‘석면폐’ 질환을 얻게 된 인도네시아 노동자 시티 크리스티나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한다야니(왼쪽) 산업보건전문의가 인도네시아 현지 석면 방직공장에서 일하다 ‘석면폐’ 질환을 얻게 된 인도네시아 노동자 시티 크리스티나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 종로구의 환경센터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에 증언자로 나선 인도네시아 노동자 시티 크리스티나(46·여)는 회견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23년 동안 인도네시아 치비농의 석면 방직공장에서 석면 재질 실을 만들어 온 시티는 현재 ‘석면폐’를 앓고 있다. “기침이 계속돼 숨 쉬기도 힘들다”는 시티의 몸무게는 45㎏에서 한때 38㎏까지 빠졌다.

하지만 산재 인정은 언감생심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의사가 석면폐 진단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시티가 일했던 트리그라하는 당시 부산 연제구 소재 석면 방직공장을 운영했던 제일E&S(당시 제일화학)가 석면 방직기계를 인도네시아로 옮겨 만든 한·인니 합작회사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시티가 앓고 있는 석면폐가 ‘공해 수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인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에선 사용이 금지되거나 소비가 줄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로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소비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최 소장은 “한국에서 석면같이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공장을 저개발 국가로 보내 위험성을 전가시킨 행위”라고 말했다.

시티와 함께 한국을 찾은 한다야니 국립인도네시아대 의과대학 산업의학전공의는 “현지 의사들은 석면 질환에 대한 경험이 없어 오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4-06-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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