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남편 자살·아들 기억상실 ‘남은건 소송뿐’

시간강사 남편 자살·아들 기억상실 ‘남은건 소송뿐’

입력 2014-07-16 00:00
업데이트 2014-07-16 13:4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논문대필 의혹 폭로하고 자살한 시간강사 아내 힘겨운 법정투쟁

“전화 한통화 걸어 진심 담긴 사과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힘든 소송 하지도 않았습니다.”

박모(49·여)씨의 눈에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박씨의 남편은 2010년 5월 논문 대필, 교수 임용비리 등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선대 시간강사 서모(당시 45)씨다.

대학에서 개설한 강의에서 시간당 4만6천원, 대학 언어교육원 강의에 시간당 2만3천원을 받는 ‘보따리 장사’ 신분으로 10년을 넘게 전전하면서도 정교수가 되겠다는 꿈만 보고 달려온 남편이었다.

그러나 박씨에게는 슬퍼하는 것도 사치였다.

해군 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아들(26)이 2011년 4월 교육 기간 중 자다가 의식을 잃은 것이다.

의젓한 해군 장교가 될거라 믿었던 아들은 뇌질환으로 단기 기억 상실에 간질까지 겹쳐 보훈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아들은 때로는 집을 왜 나섰는지 잊거나 집을 찾아오기도 어려워 박씨 없이는 외출조차 힘들다.

남편이 유서에서 “우리 아들은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마세요. 살면서 ‘너 왜 그러니’라고 말(꾸중) 한 번 해본적 없습니다”라고 언급한 그 아들이었다.

박씨에게 남은 것은 힘든 소송뿐이었다.

박씨는 10년 넘게 근무해온 남편에게 퇴직금 한푼 주지 않은 대학을 상대로 임금(퇴직금) 소송을, 남편의 지도교수와 대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아들에게 유공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대학을 상대로 소송해봤자 상처만 안게 될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남편의 지도 교수는 장례식때 한번 나타난것 말고는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았어요. 소송하기 전에 전화 한통화만 했어도 이렇게 힘든 일을 하지는 않았을겁니다.”

박씨의 목적은 단 한가지, 남편의 명예회복이다. 경찰 조사와 조선대의 진상조사에서 논문 대필이 아니라고 결론났지만 민사소송을 통해 한번 더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남편은 유서에 지도교수와 쓴 모든 논문(54편)은 자신이 쓴 것이라며 지도교수의 이름을 삭제해 세상에 알리고 법정투쟁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 교육 정상화 투쟁본부는 서씨의 뜻에 따라 탄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투쟁본부의 한 관계자는 “4년이 지나니 모든게 묻히고 있다”며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절대 잊어서도, 묻혀서도 안될 일”이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박씨는 16일 관련 소송 가운데 하나인 임금 소송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광주지법 민사 3단독 안태윤 판사는 조선대로 하여금 “서씨는 퇴직금 지급대상”이라며 조선대로 하여금 박씨에게 950여만원, 자녀에게 각각 63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