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헬기가 들어와 있어야 하는데…. 갈 때는 ‘잘 갔다 오겠습니다’ 해놓고 이놈들 왜 안 오는 거야…. 흐흐흑….”
이수남(52·소방령)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행정지원팀장이 텅 빈 헬기 격납고를 쳐다보다 울먹이며 말했다.
격납고 안쪽에는 헬기 밑에 달아 산불을 진화할 떼쓰는 물탱크(belly tank)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 17일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정성철(52) 소방령, 박인돈(50) 소방경, 안병국(39) 소방위, 신영룡(42) 소방장, 이은교(31) 소방교.
이들은 근무했던 제1항공대 사무실 책상 위에 흰 국화 다발들이 놓였다.
순직한 이들은 생전에 각자의 책상이 없었다. 나머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항공대 구조팀 직원은 총 13명이지만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좁은 사무실에 놓인 책상은 5개뿐.
동료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좁은 자리나마 불평 없이 공유했고, 슬픔과 기쁨도, 위험과 보람도 함께 나눴다.
사고 닷새째인 21일 사무실과 붙은 격납고 한쪽 구석 사물함에는 주인을 잃은 장비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여 있는 야간 구조용 하얀 파일럿 헬멧과 나이트버전고글(NVG)은 조종사 정 소방령의 사물함 위 칸에 놓여 있었다.
정비사 안 소방위의 손때가 묻은 주황색 정비복은 자로 잰 듯 반듯하게 개어져 있고, 구조대원 이 소방교의 이름 석 자가 선명한 단복 위에는 황금색 소방마크가 박힌 활동모가 가지런히 얹어져 있었다.
잡초가 무성한 주차장에는 ‘I♥119’ 스티커를 붙여놓은 이 소방교의 차도 아직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료는 임무를 마치고 땀 흘리며 사무실로 들어서던 그 얼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구조팀은 본래 3교대로 운영해야 하지만 인원이 모자랐기에 2.5교대로 소위 ‘밀어내기’ 식 근무를 해야 했다.
매달 12일 정도는 야근했다.
박 소방경은 올해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못했고, 정 소방령은 고작 3일, 그것도 병환이 있는 장모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만 썼다.
순직한 소방관들은 일반 공무원 한 달 평균 근무시간인 160시간(20일 기준)의 2배에 가까운 280시간∼300시간 일했다.
부기장인 정장훈(41) 소방장은 “척박한 강원도 땅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해온 동료가 하루아침에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언젠가 다시 헬기를 타고 돌아올 것 같은 생각만 든다”며 비탄해 했다.
한편 남은 직원들은 동료를 먼저 보낸 슬픔을 나눌 겨를도 없이 숨 가쁘게 일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헬기는 총 2대로 이제 남은 헬기는 1대뿐이다.
제1항공대 직원들이 분향소와 사무실을 밤낮 오가며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에 보낼 사고 관련 자료들을 작성하는 동안 산악 구조 업무는 태백산맥 너머 양양군에 있는 제2항공대가 수일째 도맡아 하는 상황이다.
제2항공대 직원들은 전날인 20일에도 속초 설악산과 강릉 오대산에서 다친 등산객을 구조하며 제 몫과 동료의 몫까지 해냈다.
이수남 특수구조단 행정지원팀장은 “비록 동료는 잃었지만, 여전히 헬기에 몸을 싣고 구조활동을 하는 직원들이 일선에 남아있다”면서 “마음은 너무나 아프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국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텅 빈 헬기 격납고
지난 17일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5명이 순직한 가운데 21일 이들이 근무하던 특수구조단 제1항공대 헬기 격납고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격납고 안쪽에는 헬기 밑에 달아 산불을 진화할 떼쓰는 물탱크(belly tank)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 17일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정성철(52) 소방령, 박인돈(50) 소방경, 안병국(39) 소방위, 신영룡(42) 소방장, 이은교(31) 소방교.
책상 위에 놓인 흰 국화 다발
지난 17일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5명이 순직한 가운데 21일 이들이 근무하던 특수구조단 제1항공대 사무실 책상에 흰 국화 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순직한 이들은 생전에 각자의 책상이 없었다. 나머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항공대 구조팀 직원은 총 13명이지만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좁은 사무실에 놓인 책상은 5개뿐.
동료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좁은 자리나마 불평 없이 공유했고, 슬픔과 기쁨도, 위험과 보람도 함께 나눴다.
반듯하게 정리해둔 손때 묻은 정비복
지난 17일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5명이 순직한 가운데 21일 이들이 근무하던 특수구조단 제1항공대 사물함에 순직자들이 사용하던 장비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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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여 있는 야간 구조용 하얀 파일럿 헬멧과 나이트버전고글(NVG)은 조종사 정 소방령의 사물함 위 칸에 놓여 있었다.
정비사 안 소방위의 손때가 묻은 주황색 정비복은 자로 잰 듯 반듯하게 개어져 있고, 구조대원 이 소방교의 이름 석 자가 선명한 단복 위에는 황금색 소방마크가 박힌 활동모가 가지런히 얹어져 있었다.
잡초가 무성한 주차장에는 ‘I♥119’ 스티커를 붙여놓은 이 소방교의 차도 아직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료는 임무를 마치고 땀 흘리며 사무실로 들어서던 그 얼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구조팀은 본래 3교대로 운영해야 하지만 인원이 모자랐기에 2.5교대로 소위 ‘밀어내기’ 식 근무를 해야 했다.
매달 12일 정도는 야근했다.
박 소방경은 올해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못했고, 정 소방령은 고작 3일, 그것도 병환이 있는 장모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만 썼다.
순직한 소방관들은 일반 공무원 한 달 평균 근무시간인 160시간(20일 기준)의 2배에 가까운 280시간∼300시간 일했다.
부기장인 정장훈(41) 소방장은 “척박한 강원도 땅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해온 동료가 하루아침에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언젠가 다시 헬기를 타고 돌아올 것 같은 생각만 든다”며 비탄해 했다.
한편 남은 직원들은 동료를 먼저 보낸 슬픔을 나눌 겨를도 없이 숨 가쁘게 일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헬기는 총 2대로 이제 남은 헬기는 1대뿐이다.
제1항공대 직원들이 분향소와 사무실을 밤낮 오가며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에 보낼 사고 관련 자료들을 작성하는 동안 산악 구조 업무는 태백산맥 너머 양양군에 있는 제2항공대가 수일째 도맡아 하는 상황이다.
제2항공대 직원들은 전날인 20일에도 속초 설악산과 강릉 오대산에서 다친 등산객을 구조하며 제 몫과 동료의 몫까지 해냈다.
이수남 특수구조단 행정지원팀장은 “비록 동료는 잃었지만, 여전히 헬기에 몸을 싣고 구조활동을 하는 직원들이 일선에 남아있다”면서 “마음은 너무나 아프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국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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