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군간부 자살, 국가책임 인정은 사병보다 엄격”

법원 “군간부 자살, 국가책임 인정은 사병보다 엄격”

입력 2015-03-08 10:18
수정 2015-03-08 10:1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자살한 부사관 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 패소

군 복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국가의 책임 여부를 따질 때는 자살자가 사병이었는지 간부였는지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김모(사망당시 23세)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2010년 해군부사관으로 지원해 군 복무를 시작했다.

2012년 9월 새로운 부대에 배치된 그는 그해 10월 상사로부터 과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기간을 얼마나 줬는데 이것밖에 못했냐, 병사들도 시키면 이 정도는 다 한다, 너 같은 놈 여기 있을 필요 없으니 당장 나가라’는 질책을 당했다.

김씨는 그날 저녁 일부 선임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힘들었다’는 문자를 남기고 연락이 끊겼고, 며칠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질책 등으로 김씨가 숨졌다며 상사 2명을 고발했지만 군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욕설과 인격 비하에 따른 품위유지의무위반(언어폭력)으로 징계위에만 회부했다.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김씨가 상사의 질책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자살까지 예견할 수는 없었다고 보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인들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나 인사사고 발생의 예견가능성을 판단하면서는 군조직이 갖는 강한 규율과 통제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사병과 간부의 차이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 근무시간 되에 영외 출입이나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보장되는 등 통제된 생활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상대적으로나마 폭넓게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부사관 등 간부들에 대한 국가의 주의의무는 일반 병사에 비해 엄격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당시 받은 질책이 인격비하적이거나 참기 어려운 폭언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부대 지휘관이나 동료들도 김씨가 군 생활의 어려움 등으로 자살을 시도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국가가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