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주년 행사 시작’님을 위한 행진곡’ 마찰로 반쪽 행사 우려
또다시 5월이 찾아왔다.김남주 시인은 1980년 오월을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고 묘사했다.
광주의 5월은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 주변에 리본을 다는 것을 시작으로 한 달간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5·18 자유공원에서는 신군부에 저항하던 시민들을 가두고 구타하는 등 인권 유린을 자행했던 상무대 영창과 법정 체험이 열린다.
옛 전남도청과 상무대 영창, 5·18 국립묘지를 잇는 오월 길 순례 행사도 마련된다.
16일에는 5·18 마라톤대회와 5·18 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학술 행사 등이 열리며 17일에는 5·18 민중항쟁 35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주최로 그날의 아픔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전야제를 펼친다.
이어 18일 기념식, 20일 민주지사의 날 행진, 27일 부활제를 끝으로 주요 추모행사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국가 기념식 식순에 ‘제창’ 순서를 포함하는 문제가 수년째 답보상태를 빚으면서 올해 기념식도 반쪽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행사위원회와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은 우선 올해 기념식 전까지 공식 기념곡 지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기념식에서 제창할 수 있다면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보훈처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이들 단체는 다음 달 6일 마지막으로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고 공식 기념곡 지정과 국가기념식 제창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 요청이 무산되면 기념식 보이콧과 보훈처 예산 행사 거부 등 강력 대응 방침이다.
보훈처는 앞서 2009년부터 공식행사에서 제창 식순을 제외하고 식전 행사 배치나 합창공연 형태로 대체해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왔다.
5·18 단체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은 30년 넘게 5·18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로 19997년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에도 대통령이 참석해 제창해왔다”며 “이 노래의 인정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정”이라고 강조했다.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5·18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고 매도하는데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등을 모두 한다”며 “5·18 상징곡을 5·18 행사에서 애국가나 교가처럼 제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3년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지 2년이 지나도록 보훈처는 국민 여론 수렴과 기념곡 지정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지정을 미뤄왔다.
이 상황에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 등이 ‘국가기념일의 기념곡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법안 통과 이후 보훈처의 태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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