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자택서 대책회의…박준호 전 상무 등 구속기소
검찰 수사에 대비해 회계장부 등을 숨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을 체포해 정치권 로비내역이 담긴 ‘비밀장부’를 빼돌렸는지 보름 넘게 추궁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1일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43)씨를 증거은닉·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3월 18일과 25일 직원들을 시켜 성 전 회장의 경영활동 일정표와 수첩, 회사자금 지출내역 자료 등을 숨기거나 파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올 3월18일은 경남기업이 검찰의 첫 압수수색을 받은 날이다. 압수수색 1시간 30분전인 오전 6시35분 이씨가, 20분 뒤에는 박 전 상무가 성 전 회장의 비서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증거은닉을 지시했다.
비서는 인사총무팀 직원과 함께 성 전 회장의 경영활동 일정표와 경남기업의 자금 유동성 관련 자료 등 서류를 종이박스에 담아 홍보팀 창고에 숨겼다.
성 전 회장은 압수수색 직후 직원들에게 “검찰 조사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수사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주요 간부들은 성 전 회장의 자택 등지에서 대책회의를 수시로 열었다.
박 전 상무와 이씨는 3월25일 성 전 회장에게서 “2차 압수수색이 있을지도 모르니 물건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고 재차 증거은닉에 들어갔다.
박 전 상무는 회사 내부 CCTV를 전부 끈 채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와 비서실 관리비 지출내역 등을 쇼핑백 3개에 담아 회사 옆 건물 지하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량 등에 숨겼다. 서류를 실은 회사 소유 쏘렌토 차량을 회사 옆 웨딩홀 건물 주차장으로 옮기기도 했다.
분식회계와 자금상황 관련 자료 등은 지하 1층 창고로 옮긴 뒤 대형 파쇄기로 갈아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파쇄된 자료에 성 전 회장의 회삿돈 250억원 횡령 및 성공불융자금 사기 혐의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으로 자금팀 과장 황모씨의 자택 장롱에서 빼돌려진 회계자료의 일부를 찾아내기도 했지만 ‘비밀장부’는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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