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정신 고립 우려 vs.정부·정치권 불신 목소리 교차
5·18 민주화운동 35주년 전야제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일부 시민들로 부터 물과 야유 세례를 받은 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물·야유 세례를 한 일부 시민들의 배경에는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님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등의 주장과 별개로 ‘과격한 행동’이 5·18의 전국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승용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일 “특정 조직이나 단체가 의도적으로 김무성 대표에게 모욕을 준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인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진보진영과 광주만의 목소리로는 5·18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 같은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합리적인 보수를 끌어안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5·18과 호남 소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요구할 수 있겠지만, 80년대식의 과격한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고 광주 정신을 구현해가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배타적, 과격한 행동을 버려야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되면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더 폭넓게 이뤄지기보다는 정치적 사안으로 받아들여지는 효과가 크고 국민보편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이는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이어 “우리가 공감하고 아파해야 하는 역사적 사실이 제한될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광주정신’의 고립을 우려했다.
정치평론가 유용화씨는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광주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제도적 민주주의는 완성됐지만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들이 채워지지 못하고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실질적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그에 대한 견제 야당이 정치적으로 제역할을 못해 물세례, 문전박대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김무성 대표에게 물세례를 한 것은 시민의 뜻은 아니었지만 김 대표의 전야제 참석 거부는 시민의 의중이 반영됐다”며 “광주시민단체들이 사전에 김 대표의 참석을 정중하게 사양했는데 빌미를 만들어 국면을 전환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들게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훈처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5·18 행사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춘식 5·18 유족회장은 “오늘 국가 기념식에서 경과보고마저 5·18 단체도, 보훈청장이 아닌 관리소장이 했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든 일”이라며 “유족들이 따로 기념식을 하는 상황은 정부의 5·18에 대한 홀대가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송경수(46)씨는 “오늘 5·18 기념식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 정부관계자를 제외하고 여야 대표와 정치인 등 참석자들이 제창할 정도로 님을 위한 행진곡의 상징성이 큰데도 정부가 광주민심은 안중에 없다”며 “전야제에서 욕설과 물세례는 잘못된 행동이지만, 국가보훈처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광주민심을 제대로 읽어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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