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혼잣말로 내뱉은 욕설이면 모욕죄 아냐”

법원 “혼잣말로 내뱉은 욕설이면 모욕죄 아냐”

입력 2015-06-01 19:54
수정 2015-06-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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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과 시비가 붙은 상황에서 상대를 지칭하지 않고 혼잣말로 욕설을 내뱉었다면 모욕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김모(35)씨는 2013년 10월 어느 날 술을 먹고 밤늦게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졸음 결에 그는 옆자리에 앉은 A씨의 허벅지에 자신의 MP3를 실수로 두 차례 떨어뜨렸다.

이 일로 김씨는 A씨와 시비를 벌이다 급기야 함께 지하철에서 내렸다.

A씨는 김씨가 끝내 사과를 거부하자 역무실에 신고하려고 계단을 먼저 올라갔다.

그때 A씨보다 두세 계단 아래 서 있던 김씨가 갑자기 “이런 XX, X같네”라는 욕설을 내뱉었다.

당시 계단 주변에 있던 승객 몇 명이 열차를 기다리다가 욕설을 듣고 김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A씨는 김씨가 자신을 공개된 장소에서 모욕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그는 “이런 XX, X같네”라는 말을 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 하더라도 혼잣말을 내뱉었을 뿐이어서 A씨를 모욕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항소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한영환 부장판사)는 김씨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깨고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런 XX, X같네’라는 말을 했고 당시 계단 주변에 여러 명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가 피해자보다 두세 계단 아래 서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욕설이 구체적으로 김씨를 향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단순히 화가 나 욕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모욕의 정도도 일상에서 상황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흔히 쓰는 수준이라는 점 등을 볼 때 A씨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언사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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