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권 보장하라” 단말기 교체 계기로 업무경감 요구 폭발
유아학비 지원을 위한 카드 단말기 설치를 놓고 교육당국과 공립 병설유치원 교사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카드 단말기 하나 때문에 얼마나 업무가 가중되겠느냐’는 시선에 대해 병설유치원 교사들은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누적된 근무 환경이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경기도교육청과 유치원 교사들에 따르면 교육부는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원아의 유아학비 지원을 위해 국·공·사립 유치원을 대상으로 아이행복카드(통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고 있다.
유치원(아이즐거움카드)과 어린이집(아이사랑카드)으로 이원화된 지원 카드시스템을 통합하면서 보안성이 높은 단말기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새 단말기는 원아 부모들이 유아학비를 지원받기 위해 3월 초 유치원을 방문해 인증할 때 사용하는 유아학비 지원 시스템이다.
유아학비 인증은 3∼5세 원아와 그 원아가 다니는 유치원을 매칭하기 위한 작업으로 유치원에서 연 1회(보통 학기 초) 실시한다. 자녀의 유아학비 지원금을 받았다는 확인(학부모 수령 확인)도 분기에 한 차례 연 4회 이뤄진다.
이에 대해 초등학교에 설치된 도내 공립 병설유치원 교사들이 최근 도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50여건의 글을 올리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이모 교사는 “하루 5시간 이상 수업하고 방과후 수업에 특성화교육까지 하고 있는데 카드 단말기 행정업무까지 맡아서 한다면 수업은 언제 준비하고 아이들 교육은 언제 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이모 교사는 “수업을 하다 보면 원무실이 비어 있을 때가 잦아 지갑이 분실되는 경우도 있다”며 “카드 단말기는 상시 근무자가 있는 곳에 설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공립유치원교사연합회는 지난달 27일 병설유치원에 공문을 보내 “아이행복카드 단말기 업무를 유치원 밖 장소에 설치하고 유치원 교사에게 업무분장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 근거로 유아교육법 제21조와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경기도교권보호지원조례 제8조(학교장의 업무경감 노력) 등을 제시했다.
일부 학교가 아이행복카드 단말기를 행정실에 설치하려 하자 이번에는 도교육청일반직노동조합이 학교에 공문을 보내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상 교직원은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이 엄연히 다르므로 초등학교 행정실 근무자가 병설유치원 업무를 함께 처리할 겸임업무가 없다는 것이 일반직노조의 주장이다.
병설유치원 교사들은 초등학교 행정실로, 행정실은 병설유치원으로 업무를 떠넘기는 양상이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아이행복카드 단말기는 카드결제 기능이 있지만 보안시스템상 사용할 수 없고 종전 단말기처럼 인증만 하면 되며 학부모 부담비도 스쿨뱅킹으로 이뤄진다”며 협조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아이행복카드 단말기 교체 문제가 계기가 됐을 뿐 병설유치원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주장한다.
경기도공립유치원교사연합회가 제시한 유치원교사의 행정업무목록을 보면 유아학비, 무상급식, 우유급식, 에듀파인, 방과후과정 인력관리, 안전 및 위생관리, 보건업무, 정보공시, 행사지원 등의 분야에 130개 항목이 넘는다.
임모 교사는 “1학급 규모, 원감이 없는 곳, 혼합반의 경우 교사가 감당할 행정업무량이 과중하다”며 “특히 급식, 학비 지원, 비용정산 업무 등 회계성 업무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합회는 교사 수업권 보장, 유치원 전담 행정실무직 배치, 수업 보조 인력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회 신순남 회장은 “카드 단말기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갖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정작 맞춤형 수업과 교재교구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교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업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공립 병설유치원 1천50곳에는 교사 1천868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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