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 전공, 상고 졸업, 검찰 출신…다수 법조인과 ‘다른 길’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광주지법 형사 5단독 최창석(47·연수원 28기) 부장판사가 또 한 번 소신을 드러냈다.최 부장판사는 종교학과 출신인데다 상고를 졸업하고, 검사에서 판사로 전직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끈다.
광주지법 형사 5단독은 12일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5월 12일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체복무제 등을 거론하며 “국방의무의 본질과 병역법의 입법목적을 훼손하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법이 있는 한, 그런 양심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안보나 사회체제의 유지를 전제로 양심의 자유도 최대한 보장하는 게 국내 헌법, 국제 법질서, 세계적 보편성에도 들어맞는 해석이라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너무 앞서갔다”와 “시의적절하다”는 반응을 함께 얻고 있다.
기독교 단체 등은 국내 안보상황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우려했지만 반대로 인권과 시대상을 반영한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 이후 최 부장판사는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교에 심취해 양심의 자유에 치우친 판결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인터넷 댓글 등에는 최 부장판사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일 것이라는 억측도 나왔다.
그러나 최 부장판사는 치우침 없이 강하고 합리적인 소신에 따라 판단하는 성향이라고 법원은 설명했다. 종교는 불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락 단위 시골 마을에서 자라 나주 영산포상고에 진학하는 등 성장과정을 토대로 서민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1999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검사로 임용됐다가 2010년 경력법관으로 임용돼 판사로 전향할 당시에는 검찰 내부에서도 아쉬워하는 반응이 나왔다는 일화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대체복무제 도입 등과 관련한 해묵은 논란에 다시 화두를 다시 던진 판결에 대한 평가는 헌법재판소에서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병역법 88조의 위헌 여부를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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