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논의 없다는 정부 확답 얻어야” vs “대화로 노동개혁 논의해야”17일 상임집행위서 노사정 복귀 여부도 논의 전망
노사정 대화 재개 여부를 놓고 한국노총 내부의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노사정 대화가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논의로 결렬된 만큼, 두 논의를 배제한다는 정부의 확답을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노사정 대화에 참여해 노동개혁에 대한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노총은 이달 17일 상임집행위원회(상집)를 열어 22일 개최 예정인 전국노동자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한다. 22일 서울광장에서는 한노총 산하 조합원 3만여명이 참가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다.
17일 회의의 주된 의제는 노동자대회 점검이지만, 노사정 대화 복귀 여부를 다룰 중앙집행위원회(중집) 개최 여부도 논의될 전망이다.
중집은 한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이 모여서 노총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의사 결정기구다. 중집이 열리면 노사정 대화 복귀 여부를 둘러싼 한노총 내부의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노사정 대화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올 4월 8일 노사정 대화 결렬의 주된 원인이었던 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변경 등의 사안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정 대화에 무작정 복귀하면 ‘백기투항’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이다.
일반해고 지침이 만들어지면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가 도입된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4월 노사정 대화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이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이었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복귀할 수 있겠느냐”며 “두 사안을 논의에서 배제하겠다는 정부의 확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노사정 조기 복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의 산하 조합원들을 모아 대규모 집회를 개최,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개혁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 한노총의 전략이다, 그런데 그 전에 노사정에 복귀하면 집회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노사정 복귀를 결정하더라도 22일 노동자대회에서 한노총의 ‘세(勢)’를 과시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한노총 일부에서는 ‘원칙론’에 매달려 노동개혁의 주도권을 정부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노총이 끝내 노사정 대화에 불참한다면, 정부는 행정지침 등의 형태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을 밀어붙일 수 있다. 이를 감안해 ‘고육지책’이더라도 노사정 대화에 복귀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일반해고 등에서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일반해고 지침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같은날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을 만나 “해고요건 논의 등에서 노동계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중재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태도의 변화가 감지되는 만큼, 노사정 대화에 복귀해 노동계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대화론자’들의 주장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한노총 내부에서 대화론과 강경론이 맞서 치열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양 진영 중 어느 쪽이 세를 얻느냐에 따라 조만간 한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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