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계획”…공소장에 담긴 ‘농약사이다’ 범행동기·방법

“치밀한 계획”…공소장에 담긴 ‘농약사이다’ 범행동기·방법

입력 2015-08-13 17:17
수정 2015-08-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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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일찍 집에서 나와 싸운 할머니 집 살피고 마을회관으로”

대구지검 상주지청은 13일 ‘농약 사이다’ 피고인 박모(82) 할머니에 대한 살인·살인미수 혐의 공소장에 3천500쪽의 증거자료를 첨부했다.

박 할머니의 계속된 범행 부인에도 과학수사 기법과 참고인 조사로 살해 동기와 범행을 밝혀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직접 증거 부재”를 주장하는 변호인 측과 불꽃 튀는 법정 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소장에 나타난 범행 동기·방법·시간 등을 살펴본다.

◇ 범행 동기…”화투놀이하다 싸워”

검찰은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해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피해자 A할머니와 주민 진술, 피고인 성향을 분석한 임상심리검사 등 자료를 통해 범행을 확인했다.

피고인은 평소 마을회관에서 피해자들과 10원짜리 화투놀이를 하면서 속임수를 써 A할머니가 주로 지적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있었다.

사건 전날(7월 13일) 같은 이유로 A할머니가 화투패를 집어던지고 나왔을 정도로 심한 싸움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A할머니는 “평소 오지 않던 피고인이 집에 들러 잠시 있다가 마을회관으로 먼저 출발했다. 마 가루를 먹으러 집에 간다고 말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다른 C할머니는 “사건 당일(7월 14일) 오전에 A할머니가 전날 피고인과 다툰 일로 매우 화가 나 있었다”고 말해 A할머니의 진술과 일치했다.

피해자들의 보험가입 내역을 확인한 결과 치과보험 등에 불과해 보험금을 노린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은 없다는 내렸다.

◇ 범행 방법·시간…”계획적이었다”

피고인은 평소보다 1시간 일찍(지난달 14일 오후 1시9분) 집에서 나와 전혀 간 적이 없는 피해자 A할머니 집에 들러 A할머니가 마을회관에 가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피해자들이 평상시 마을회관에서 사이다를 즐겨 마신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사이다에 메소밀(고독성 살충제)을 넣어 피해자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마시도록 했다.

메소밀을 박카스 병에 미리 담아 마을회관 냉장고 안에 든 1.5ℓ 사이다 페트병에 몰래 넣었다.

100㎖의 박카스 병에는 약 24g의 메소밀이 함유될 수 있고, 이는 체중 50kg 성인 10명 중 5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 범행 증거들

피고인 바지·상의,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모두 21곳에서 메소밀 성분이 광범위하게 검출됐다.

마을회관 사이다 페트병에서 메소밀 성분이 나왔고, 페트병의 뚜껑은 박카스 뚜껑으로 바뀌어 있었다.

피고인 집 울타리에서 메소밀 성분이 든 박카스가 발견됐고, 유효기간이 같은 9병의 박카스가 나왔다.

또 출동한 119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에는 피고인이 구급차를 발견하자마자 쓰러진 피해자 B할머니를 방치한 채 서둘러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촬영됐다.

농약 사이다로 인한 사고임을 피해자들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사건 현장에서 출동한 구급대원 등에게 사이다가 원인임을 명확히 진술했다.

피고인은 구급차가 피해자 1명을 싣고 마을회관을 떠난 뒤 나머지 5명이 마을회관 안에 쓰러져 있음에도 회관 앞에서 이웃 할머니의 손자에게 태연히 웃으면서 “너거 할매 뭐하시노, 병이 나으면 놀러오라고 해라”라고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사건 직후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경찰차 안에서 걱정스러워하는 신고자와는 대조적으로 환하게 계속 웃으면서 통화하는 모습이 경찰차 블랙박스에 찍혔다.

◇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

검찰은 압수물에 대한 약독물·유전자·지문 감정, 영상녹화, 모바일 분석, 영상분석, 통합심리분석 등 과학수사기법으로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범행 동기, 농약 투입시기, 지문, 살충제 구입 시기·경로 등 직접 증거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70년 가까이 한마을에서 친구처럼 지내온 할머니들을 살해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피해자 할머니는 화투를 치면서 크게 싸운 적이 없다고 진술해 이 부분도 법정 다툼거리가 될 전망이다.

변호인 측은 “벼농사를 지은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살충제를 구입할 필요가 없고 실제로 구입한 사실이 없다”며 “마을회관에 미리 가서 살충제를 넣었다는 점을 밝혀줄 목격자와 증거도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지지만 이는 고령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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