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에 ‘아쉬움’, 재개에 ‘기대감’ 팽배 “하루빨리 해결됐으면…”농작물 관리에, 서해5도 어민 9월 꽃게조업에 “차질 있을까” 걱정
남북 군사적 대치 상황을 타개할 남북 고위급 회담이 23일 오후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서해5도에서 강원도 동부에 이르는 접경지 주민 2만여 명은 이날 회담 결과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주민들은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담에 귀를 기울이며 긴장과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일부는 밤잠을 설쳤다.
이들은 이날 오후 진행될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답답한 상황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하며 또 하루 대피생활을 담담하게 시작했다.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주민 김모(71·여)씨는 “잠자리도 불편하고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까 봐 하는 걱정에 잠을 거의 못 잤다”며 “오늘은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김진수 철원군 대마리 이장은 “서로 기 싸움하고 체면치레를 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크게 기대할 게 없었던 만남이었던 것 같다”며 “농사도 못 짓고 대피하는 사태가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은 이날 오후 3시 재개되는 협상에서는 화해 무드를 조성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 대피명령이 반복되는 상황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기대했다.
함흥근 화천군 산양1리 이장은 “어제처럼 긴박한 상황은 지나갔으니 잘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있다”고 기대를 밝혔다.
비무장지대(DMZ) 최북단 마을인 파주 대성동마을 김동구 이장(46)은 “어르신들은 대피소 생활이 불편해 대부분 자택에서 보냈다”며 “어렵게 성사된 회담인 만큼 서로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접경지 주민은 무엇보다 이번 남북 대치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돼 생업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랐다.
대부분 농사일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농작물 출하가 당장 걱정이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달리 박철용 이장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주민에게 상황 전파를 해야 하다 보니 밤에 잠도 잘 못 잤다”며 “벼를 비롯해 민통선 안에 있는 경작지의 농작물도 손을 봐야 하는데 출입을 못해서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용섭 중면 면장도 “대기 시간이 길어져 주민들이 많이 지쳤고 고령인 몇 분은 밤 사이 집에 갔다”며 “빨리 뭔가 마무리가 돼서 생업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다음 달 본격적인 꽃게 조업철을 앞두고 통발 설치 작업을 해야 하는데 조업이 사흘째 중단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박태원(55) 연평도 어촌계장은 “통발은 설치 후 다음 날 수확하는 데 조업금지로 하루하루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남북이 조속히 합의를 이뤄 꽃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9월 전 생업에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접경지 10개 군·구에는 전날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북한의 최후통첩 시한을 앞두고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대피 대상은 인천 옹진·강화 1만200명, 경기 김포·파주·연천 4천200명,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6천500명 등 약 2만900명이다.
양구·인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령이 해제됐지만 대피령이 해제되지 않은 지역 주민들도 23일 오전 피곤을 호소하며 대부분 귀가, 대피소는 이날 오전 한산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